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無形재산, 지킬 준비 돼있나


흔히 20세기는 토지∙노동∙자본 등의 유형자산이 경제발전의 핵심요소인 산업사회였던 데 비해 21세기는 기술력∙브랜드∙디자인 등의 무형자산이 경제발전의 주요 동력이 되는 지식사회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500대 기업의 자산가치 중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85년 32%였지만 2005년에는 80%에 육박하게 됐다고 한다. 지식사회에서 지식재산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을 견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각국들 지식재산 보호에 총력 이런 이유로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 기업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저마다 범정부적으로 지식재산전략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지식재산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2년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하여 총리가 위원장인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고 콘텐츠와 국제표준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지식재산 자원 및 조직의 우선화법'을 제정해 대통령실에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설치하고 지식재산 관계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며 자국 지식재산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속과 집행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원자바오 총리가 지식재산 전략을 과학기술∙인적자원 전략과 함께 국가 3대 전략의 하나로 공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주요국들의 대응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지식재산전략 추진을 위한 근거법령조차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가 세계 4위, 연간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4위를 기록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기술강국으로의 면모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무역수지 적자 폭이 해마다 커져 지난해에는 50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내실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코드분할다중접속(CMDA)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와 지상파 DMB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원천∙표준특허를 확보하지 못해 적지 않은 기술 로열티를 지급했다. 여기에 특허를 수익모델로 하여 국내 기업을 공격하는 특허관리전문회사의 공세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생산∙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고 특허를 수익모델로 운영하는 '특허관리전문회사'만 200개가 넘게 존재한다. 이들 특허관리전문회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주 타깃으로 하고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으로까지 공격대상을 넓혀갈 것이 자명하다. 특허분쟁사이트인 페이턴트프리덤(Patent freedom)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09년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휘말린 특허분쟁이 각각 48건, 39건에 이른다. 필자는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식재산기본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지식재산기본법의 입법 취지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지식재산 관련 정책을 국가지식재산 기본 계획이라는 큰 틀에서 체계화해 선제적 대응 역량을 확보하고 지식재산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선제적 대응할 역량 확보해야 다수 부처에서 분산 추진 중인 각종 지식재산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하도록 함으로써 지식재산권을 매개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차원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모아져 '지식재산기본법(안)'이 발의된 지 약 1년6개월이 경과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외국 기업의 특허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도, 조직도, 정책도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왔다. 더 이상 이런 한숨이 나오지 않도록 지식재산기본법이 하루속히 제정되어 우리나라가 지식재산강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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