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데스크 칼럼] 금융구조개혁 갈길 멀다

[데스크 칼럼] 금융구조개혁 갈길 멀다사상초유의 은행파업을 겪는 진통 끝에 2차 금융구조개혁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다. 어찌 보면 이제 시작이다. 구조개혁은 고속도로나 댐과 같은 공공재(公共材)의 성격을 지닌다. 금융구조개혁을 고속도로 건설과 비교하면 이제 겨우 토지수용 협상을 마친 셈이다. 공공재 건설에는 국민들의 부담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2차 금융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앞으로 공적자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겠지만 개혁의 결과가 국민들에게 윤택한 삶과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준다면 반대여론도 수그러들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지금으로서는 그 결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번 협상이 외형적인 부분에 치중해 구조개혁의 본질은 건드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이해집단과 「동격」이 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것이 자칫 집권 후반 레임덕과 연결될 경우 개혁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결과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구조개혁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정책과 금융기관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번 협상결과는 오히려 이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관치금융과 금융정책은 종이 한장 차이여서 쉽게 판별되지 않기 때문에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하기 쉽다. 이럴 경우 일이 제대로 될 리는 만무하다. 금융구조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돈을 맡기는 고객과 해당 금융기관, 그리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기업 3자가 모두 좋아지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금융구조개혁의 핵심은 금융기관을 매개로 한 자금흐름이 선순환의 길로 가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따라서 금융개혁에 있어서는 외양적 구조조정보다 기능적 구조조정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 금융기관의 상황을 보자. 특별한 불법행위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대출해준 기업이 나중에 부도가 나면 그 책임을 몽땅 뒤집어쓴다. 단순히 봉급이나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것을 넘어 법정에 불려나가고 전재산을 차압당해 인생 말년을 그야말로 생지옥같이 보내게 된다. 이런 마당에 어느 누가 신용도가 불투명한 기업에 대출을 하거나 그 기업이 발행하는 어음을 사주겠는가. 관련업계 및 관계당국에 따르면 현재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고발당했거나 재산을 압류당한 금융기관 직원들이 2,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동안 관리들은 책임의 뒷전에 있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대우의 담보 기업어음(CP)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장을 하겠다며 투신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억지로 떠맡길 수 있었던 것도, 아이러니지만 이들이 「책임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관치금융 시비가 공론화된 마당에 앞으로는 공무원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일시적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이나 실상과 달리 헛소문으로 애로를 겪는 기업들을 구제해줄 방도가 없어지게 된다. 이를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앞서 지적했듯이 결과에 따른 책임이 인생의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을 바탕으로 한 시장기능 운운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불법대출이나 뇌물수수 등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엄단해 「도덕적 해이」를 없애야겠지만 그것 못지 않게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직자의 정책판단이나 금융기관 직원들의 대출결정이 기회와 위기면에서 같은 비중일 때 과감한 결정이 나올 수 있고 이것이 사람 또는 기관마다 차별화될 때 시장은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때마침 조만간 개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8·15 광복절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금융기관 직원들의 「멍에」를 과감히 풀어주고 아울러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행동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금융과 실물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금융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신용평가시장을 완전 개방, 평가기능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금융구조개혁을 위한 이같이 근본적이고도 기본적인 사항들을 반드시 병행 처리해야만 결실을 기대할 수 있으며 국민들도 별 불만없이 공적자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金埈秀 증권부장 입력시간 2000/07/12 18:4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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