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K쇼크에 은행 구조조정 흔들

`SK글로벌 쇼크` 가 은행권을 흔들고 있다. 수조원대에 이르는 여신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이 더욱 큰 문제다. S&P는 이날 한국계 은행의 투자등급에 변함이 없다고는 했지만 이번 파장으로 은행들이 겪는 고통은 의외로 크다. 특히 합병후 가장 큰 시련을 맞은 하나은행과 합병협상을 진행중인 신한ㆍ조흥은행 등 대다수 은행들이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 구조조정에 찬물=이번 SK글로벌 사태는 단순히 떼인 돈이 문제가 아니라 외환위기후 진행돼온 은행권 구조조정 자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주채권 은행과 맞먹는 4,571억원의 돈이 SK글로벌에 묶이게 돼 조흥은행과의 합병협상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조흥은행도 3,404억원 규모의 여신이 있어 두 은행이 합병될 경우 약 8,000억원에 이르는 부실이 한꺼번에 발생한다. 또한 이번 사태로 국내은행의 신용도에 금이 가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제일은행 등이 추진하고 있는 외자도입 등의 각종 자본확충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가 2%수준으로 급등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며 “외자도입 등 각종 해외 금융업무를 재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금회수는 가능할까=은행들이 SK글로벌에 빌려준 돈은 무역금융 등을 포함해 총 3조9,216억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SK글로벌로부터 사들인 사모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합하면 채권은 최대 5조원까지도 이를 수 있다. 이번 SK글로벌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여신의 약 80%이르는 3조1,860억원이 무역금융이라는 점이다. 무역금융은 은행이 담보를 확보해도 회수기간이 길어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은행에게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하나은행 합병후 최대시련=이번 사태로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서울은행과의 합병후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은 91년 은행창립 이래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맡은 경험이 없어 이번 사태의 처리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기업구조조정 등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경험이 풍부한 서울은행 출신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원만하게 사태수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하나은행의 초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 주 채권은행의 방침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은행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제2금융권 등에서 무리하게 조기상환 요구가 들어가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 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또 이 같은 불안을 반영해 골드만삭스증권은 12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대한 투자등급을 `시장수익률상회`에서 `시장수익률하회`로 2단계나 낮췄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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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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