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사, 꾀병 환자 입증위해 찍은 몰래 카메라

[화제의 해외판결] "보험금 지급 거부할 증거론 불충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보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과 관련, 꾀병 환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를 몰래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 증거로 제출하고 있다. 이렇게 촬영된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로 제출되었을 때 법원은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부여하는지에 대해 최근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다. 로버트 클라크(Robert Clarke)는 올스테이트 보험회사(Allstate Insurance Co.)의 보험외판원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 방침에 따라 메트라이프(Metropolitan Life Insurance Co.)의 단체장애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로버트는 1992년 요추협착증으로 인해 보험외판원으로서의 일을 그만둬야 했고 이후 골융합수술을 2차례나 받았다. 당시 로버트의 정형외과 주치의는 로버트가 허리를 구부려 앉거나 자세를 바꾸거나 물건을 밀거나 당기는 등의 행동을 피해야 하고, 보험외판원으로서의 일을 할 수 없다고 진단했고, 이에 따라 메트라이프는 장애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메트라이프는 로버트의 상태를 재조사하기로 하고 2001년 1월경 그가 지팡이를 짚고 주치의를 만나러 병원에 들렀다 나온 뒤 지팡이 없이 카지노로 들어가 30분간 앉은 상태로 비디오 포카게임을 즐긴 후 무려 3시간 넘게 카지노에 있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후 메트라이프는 로버트가 보험외판원이 아닌 사무실 내에 앉아서 하는 업무는 가능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로버트는 메트라이프를 상대로 오하이오 연방법원에 보험금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주심판사인 바렛(Barrett)은 지난 12월 4일 로버트의 손을 들어줬다. 메트라이프가 몰래 촬영한 비디오테이프에서 보여주는 로버트의 행동이 앉아서 하는 업무로도 풀타임 근무(full-time work)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험계약자측에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혹은 보험사가 먼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보험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장해 정도의 객관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자의 실생활 등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난 10월 13일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몰래카메라 관행에 제동을 걸었는데, “특정의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ㆍ계속적으로 주시하고 미행하면서 사진을 촬영함으로써 정보를 임의로 수집한 것이어서 비록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보호영역을 침범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고, 위자료 지급사유가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정훈 변호사 (한국, 미국 뉴욕주) 법무법인 바른 (Barunlaw) jhk@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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