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숨 돌린 전력 위기, 근본대책 세워야

우려했던 전력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민들이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전기절약에 앞장 선 덕분이다. 아직 장담하기는 이르나 예년처럼 8월 중순을 넘기며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 전력소비도 줄어들어 수급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규모 순환정전(블랙아웃) 사태를 빚은 2년 전처럼 9월 기온이 갑자기 상승하는 경우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끝까지 긴장해야겠지만 최악의 고비는 지난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전력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소한 경제성장률만큼 전력수요가 많아져 올여름보다 수급여건이 나빠질 수도 있다. 2년 전 정전사태로 급하게 짓기 시작한 발전소들이 본격 가동하려면 아직도 2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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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의 전력위기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공급 위주 전력정책의 한계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전력생산의 중추인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10기가 정비나 고장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와중에서 화력발전소까지 줄줄이 이상이 발생했다는 점은 아무리 발전용량이 늘어나도 실제 공급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제 수요 측면의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할 때다. 에너지원의 97% 이상이 우라늄과 석유ㆍ석탄 등 수입연료인 현실에서 전기료를 언제까지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당면과제다. 절전시설을 갖춘 기업에 한해서만 현수준의 전기료를 부과하고 나머지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료는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부가적으로 전력생산과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시스템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올해 전력위기는 무제한 송전을 시작한 1964년 4월 이후 근 50년 만에 맞는 초유의 사태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원점에서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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