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그룹:2/독일카만사공장 차위탁생산라인(한국기업의21세기비전)

◎「스포티지」 유럽길내기 고속질주/현지인 취향맞게 디자인 “EU서 인기몰이”/“올 판매 2배 신장”… 동구에 자체 조립공장 설립도독일 북서부에서 교육도시로 유명한 뮌스터시. 이곳 공항에서 북쪽으로 40km를 달리다 보면 유럽인들이 「평화의 도시」라고 부르는 인구 15만의 오스나부르크시에 닿는다. 「평화의 도시」란 별명은 신·구교도들이 30년동안 치룬 종교전쟁을 마감하고 이곳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한 데서 나왔다. 이 뮌스터와 오스나부르크를 잇는 독일 북서부 아우토반에 들어서면 「Designed by Kia, Produced by Karmann」이라고 쓴 문구를 부착한 차들이 자주 눈에 띈다. 기아가 디자인하고 독일 카만사가 생산했다는 뜻이다. 독일 카만사 오스나부르크공장 스포티지 생산라인(이하 KMO·Kia Motors Osnabruck)에서 위탁생산한 기아 스포티지(Sportage)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기아자동차와 카만프로젝트(위탁조립생산)를 수행하고 있는 카만사는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위탁생산업체로 1백20여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금형과 복잡한 제조분야에서는 폭스바겐·벤츠·포드·포르쉐·르노 등 유수한 자동차회사들이 앞다퉈 위탁생산을 맡길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카만사 오스나부르크공장은 카만사 6개 계열사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주력공장이다. 전체 종업원수가 기술직과 연구직을 포함해 모두 5천2백명에 이른다. 현재 스포티지라인(KMO)에는 4백50여명이 일하고 있다. 한국인은 라인관리를 맡고 있는 KMO 책임자 정인종부장을 포함해 모두 3명. KMO의 기아맨들은 「기아브랜드 알리기」란 표현으로 말문을 연다. 그들은 「기아」라는 이름이 유럽인들의 뇌리에 새겨지는 순간 「세계화」는 구호에서 현실로 바뀐다고 믿고 있다. 기아맨들의 이런 열정에 힘입어 KMO는 이미 유럽시장에서 탄탄한 교두보를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 95년 첫 해 2천24대의 스포티지를 생산한 KMO는 지난해 7천1백대를 판매해 3백%라는 가히 경이적인 신장률을 올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1백% 신장한 1만5천5백대를 목표로 잡았지만 이미 유럽전역에서 1·4분기중 3천1백여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60%가량 증가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스포티지는 기아브랜드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현지의 주력차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스포티지가 EU(유럽연합) 14개 회원국간의 자국인증을 대신하는 WVTA 통합인증을 획득한 것도 하루가 다르게 힘을 얻고 있는 기아브랜드를 실감케 하고 있다. 유럽에서 스포티지의 경쟁상대는 스즈키 「비타라(VITARA)」, 도요타 「RAV 4」, 혼다 「CR­V」 등 일본자동차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기아차는 아직 인지도나 공신력면에서 유럽차나 일본차에 비해서는 아직도 힘이 부친다.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과 디자인을 가졌다는 정도가 기아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다. 취약한 브랜드이미지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브랜드파워와 기술력과 갖춘 카만사를 등에 업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지난 1년6개월동안 스포티지의 판매신장률이 3백%까지 뛴 것도 결국은 카만사의 브랜드이미지가 작용했다는데 이견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기아이미지가 나날이 확산됨에 따라 기아유럽법인(KME·Kia Motors Europe)측은 현재 7만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세피아·프라이드·스포티지 등 기아차를 3년안에 15만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아는 동유럽지역에 자체 조립공장을 설립하는 등 기아브랜드 자체의 파워를 키워나갈 방침이다. 카만프로젝트의 출발은 지난 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만에 초고속으로 이 프로젝트를 끝낸 정인종부장(카만공장 스포티지라인 책임자)은 『요즘도 카만사 관계자들은 1년만에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기아맨들의 공격적인 태도에 혀를 내두른다』고 전했다. 기아가 스포티지 생산량 부족으로 라인증설을 모색하던 94년 당시 유럽시장은 과도한 인건비로 생산라인을 해외로 옮기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비어있는 라인이 많았다. 기아가 위탁생산업체인 카만사를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 결과 부품만 현지공장에 보내 시설투자를 절약하는 위탁생산방식으로 카만프로젝트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초기투자비용은 2억5천만마르크정도(한화 18억원상당). 지난 1년간의 1천3백억원에서 1천4백억원의 매출을 감안하면 효율적인 투자였다는 것이 정부장의 설명이다. 기아는 카만공장의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지난달 16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연산 1만5천대를 조립생산할 수 있는 발티카공장 생산라인을 완공했다. 또 지난달 23일 터어키에서도 연산 5만대 규모의 합작 조립공장 기아­일라스사 기공식을 가지는 등 「세계시장 다지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아는 지난 2월 카만공장이 있는 오스나부르크시와 경기도 광명시의 자매시협정을 주도하기도했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다는 것. 기아는 이처럼 기아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두 도시의 자매관계를 추진하는 한편 독일 국민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올 가을 오스나부르크 시의원들을 초청해 기아와 한국을 알리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KMO 기아맨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부풀어 있다. 독일 카만사 KMO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기아이미지를 높이는 것외에 이처럼 활발한 민간외교에도 주력해 기아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다.<오스나부르크(독일)=박영식 특파원> ◎인터뷰/정태승 기아자 유럽법인장/“독 딜러망 500개 확충 고가차시장 참여 추진” 정태승 기아자동차 유럽법인장(KME·Kia Motors Europe·사진)은 자동차 종주국인 독일과 유럽에서 「기아 브랜드」를 알리는 전도사임을 자처한다. 정법인장은 기아자동차의 유럽내 자금(KME)·판매(KMD·Kia Motors Deutschland)·생산(KMO·Kia Motors Osnabrueck)·서비스(KEP·Kia Euro Parts)·물류(KEH·Kia Euro Handels) 등을 담당하는 5개 법인을 총괄하고 있다. ­카만사 KMO는 기아자동차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마디로 기아브랜드를 유럽에 알리는 세계화의 전초기지다. 금형·도장·조립 등 선진화된 생산기술과 카만사가 최근 투자하고 있는 소량생산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해외연구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카만사와 협력하게 된 배경은. ▲유럽에서 카만사는 자동차 생산기술분야의 기술력과 인지도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폭스바겐·르노·포드 등을 만드는 이 회사가 스포티지를 생산한다는 무형의 광고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략적인 계산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기아차들이 얼마나 팔리고 있나. ▲세피아·프라이드·스포티지·베스타·크레도스순으로 반응이 좋다. 올해 세피아(4만대), 프라이드(2만대), 스포티지(1만5천대)를 포함해 총 8만대를 파는게 목표다. ­기아차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응은. ▲최근 독일 언론이 현대·대우·기아 등 한국 자동차 빅3에 대한 소비자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기아차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스포티지의 경우 카만브랜드의 덕을 많이 본 것으로 안다. ­앞으로 사업계획은. ▲우선 독일지역의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동부(딜러망 2백개)와 서부(딜러망 3백개)의 판매망을 확충하고 연평균 판매대수도 20∼45대씩 늘려갈 방침이다. 또 남부지역 판매를 위해 프랑크푸르트 지역사무소를 신설하고 이미지 개선차원에서 스포티지나 크레도스같은 고가차 시장에도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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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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