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ㆍ25인터넷 大亂] 원인ㆍ파장 - 사상초유 경제 신경망 마비 타격

`설마`가 `현실`로 나타났다. 25일 발생한 전국적 인터넷 불통 사태는 지난 82년 국내에 인터넷이 도입된 후 처음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지금까지 특정 지역이나 사업자의 인터넷 서비스가 부분적으로 중단된 적은 있지만 전국적으로 동시에 인터넷이 중단된 것은 유례가 없다. 이틀째 계속된 인터넷 접속 불능 사태로 국민들은 엄청난 혼란과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강국임을 자부하던 한국의 자존심이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유린된 셈이어서 향후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무너진 인터넷망=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5일 오후2시께 KT 혜화전화국의 도메인네임서버(DNSㆍDomain Name Server)에 대량으로 이상 패킷(Packet)이 유입되면서 시작됐다. 갑작스러운 트래픽 급증으로 DNS서버가 다운되자 KT의 망을 이용해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던 하나로통신ㆍ두루넷ㆍ데이콤 등 나머지 사업자들의 서버도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의 모든 인터넷이 불통되는 사태로 확산된 것. 정보통신부와 업계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웜바이러스`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정 경로를 이용해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SQL 서버를 공격하는 슬래머 웜(Slammer Wormㆍ인터넷 접속속도를 느리게 하는 바이러스의 일종)이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를 예고된 `인재`로 보고 있다. 국가 최상위 서버가 바이러스 공격에 이처럼 쉽게 노출된 것은 지금까지 그만큼 정부나 기업, 개인의 보안의식이 결여로 이미 예견된 사태라는 것이다.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조차 “이번 사태는 정부나 업체들이 종합적인 협조체제를 갖추고 대응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마비로 천문학적 피해=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설 연휴를 앞두고 매출 확대를 기대하던 인터넷 포털과 쇼핑업계. 인터넷 중단으로 포털들의 유료화 서비스 매출이 불가능해졌고 인터넷 쇼핑업계 역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극장ㆍ교통편 예매등에도 어려움을 겪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쇼핑몰 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로 하루 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업무가 중단돼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일부 업체들은 아예 사태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 서버 운영을 중단한 곳도 있어 인터넷 이용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사고가 주말 오후에 발생해 증시나 금융권 업무 마비에 따른 피해가 적었다는 점 때문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후유증 및 재연 가능성= 사고 4시간여후인 25일 오후6시께 KTㆍ하나로통신 등 각 인터넷사업자별로 긴급조치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반인들의 인터넷 접속은 여전히 불통이거나 속도가 느려진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의 망을 통해 기업체ㆍ인터넷쇼핑몰등에게 서버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와 기업의 자체 서버가 여전히 바이러스에 감염된채 복구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인터넷망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터넷 불통 사태의 재연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월요일인 27일 각 기업들이 시스템을 정상 가동할 경우 잠복했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거나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경우 제2ㆍ제3의 인터넷 중단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관련기사



정두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