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국농업의 미래

박홍수 <농림부장관>

지난해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인 덴쓰(電通)가 선정한 2004년 상반기 히트상품 목록이 우리나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히트상품 4위에 랭크된 한류(韓流) 열풍의 주역 배용준씨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필자가 그 기사에 주목하게 된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히트상품 3위로 선정된 ‘간수’ 때문이다. 간수는 두부를 응고시키는 데 쓰는 액체다. 일본에서 콩 요리가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집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려는 주부가 급증해 간수가 인기를 끌게 됐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건강 혹은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이다. 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고를 보면 웰빙이라는 용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웰빙은 식품에서부터 의류ㆍ건축ㆍ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의미하는 것은 웰빙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나아가 생활양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웰빙의 개념을 연구개발(R&D),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자명하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서는 국내 농업은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다. 개방화 시대 치열한 시장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한국 농업이 극복해야 할 주어진 과제라고 한다. 소비자의 선호를 파악하고 이에 적응해나가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로 경쟁력 있는 농업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격한 관리에 의한 환경 농업의 확대, 건강에 이로운 기능성 농산물 개발, 쌀빵과 같이 변화된 소비형태에 맞는 다양한 창조의 노력들이 한국 농업이 외국 농산물에 비해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토대를 하나하나 구축해나갈 것이다. 농촌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농촌은 농업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전국민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주5일제 근무시대의 도래는 농촌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자연환경ㆍ농촌경관ㆍ환경농업과 같은 농촌만의 고유한 자원을 갖고 도시민이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자 미래다. 머지않아 우리 농산물이 국내외 시장의 히트상품으로, 대한민국 농촌이 국내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될 날을 꿈꿔본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그냥 꿈에 불과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실현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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