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격화되는 기술·자원전쟁

무역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들 한다. 나라간의 경쟁이 목숨을 건 싸움처럼 치열함을 빗대는 말이다. 요즘 무역전쟁은 과거와는 판이한 모습을 나타낸다. 과거의 전쟁은 특정상품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을 겨루는 국지전이었다면 지금은 기업을 송두리째 매수하고, 기술과 자원을 선점하는 전면전의 양상으로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격화되는 세계 각국간 무역ㆍ경제 전쟁의 진원지로 주목되는 곳은 중국이다. 이 점에서 최근 며칠 사이 중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보자. 중국은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사로서 미국 보잉사와 경쟁하는 에어버스사로부터 항공기 17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거래 금액이 14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그 대가로 톈진 인근의 빈하이에 에어버스의 대규모 항공기 조립공장을 유치, 오는 2009년에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 한다. 포드자동차는 중국의 충칭에 대규모 조립공장을, 난징에는 엔진과 부품공장을 각각 설립하기로 발표했다. 본고장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낮아지자 지난해 말 종업원 40%, 5만7,000명을 해고했던 포드는 이 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소재한 16개의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앞으로 10년간 매출 증가의 90%를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시장에서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게 포드사의 입장이다. 중국향 러시인(rush-in) 못지않게 중국발 러시아웃(rush-out) 또한 세차다. 우리에게는 아직 미개척의 땅인 아프리카가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아프리카 48개국의 행정 수반, 또는 각료급을 베이징에 한꺼번에 초청해 중ㆍ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같은 시기에 아프리카 기업인을 초청해 비즈니스포럼을 개최했는데 여기에 참가한 아프리카 기업인의 수가 자그마치 1,000명을 헤아린다. 아프리카와의 경제 교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중국의 계산이 쉽게 짐작된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은 지난 2000년 100억달러 규모였으나 올해에는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전체 해외 투자의 10%가 넘는 60억달러를 아프리카에서의 자원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사정이 어려운 아프리카에 부채를 탕감하고 수입 관세를 낮춰주고 인적 교류와 교육을 제공해주는 등의 다양한 경제 협력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가 남ㆍ북아프리카를 돌면서 정상 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중국 외교부 장관이 매년 초 아프리카 방문부터 외교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프리카는 가난하지만 자원이 많은 나라다. 아프리카 석유매장량은 750억배럴 규모로 러시아와 엇비슷하며 천연광물 또한 풍부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전형으로서 금ㆍ백금ㆍ동을 비롯한 5대 광물의 매장량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수출하기가 여의치 않다며 소홀히 하는 동안 중국은 상품 수출뿐만 아니라 자원 선점의 가능성을 찾아 큰 성과를 얻고 있다. 앙골라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 최대의 원유도입선이 된 것이 좋은 예다. 중국이 신기술ㆍ첨단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사뭇 공격적이다. 우리 수출산업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반도체ㆍ휴대폰 등 정보기술(IT) 분야는 우리나라 수출의 간판급 산업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IT 격차가 1.7년이라는 계산 아래 우리를 따라잡으려 총력전을 펴고 있다. 또 조선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분야. 중국 언론은 ‘2015년까지 한국의 조선산업을 따라잡자’는 헤드라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기업에도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단 표적이 된 기업이라면 프리미엄의 과다를 불문하고 매수하려 하고 있다. 우리 기술의 중국 유출 우려를 야기했던 쌍용자동차ㆍ비오이하이디스 등의 케이스는 앞으로 빈발해질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는 이러한 중국발 기술ㆍ자원 전쟁에 나름대로 대비해왔다. 특히 2004년 이후 대륙별 정상 외교를 바탕으로 해외자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략적인 움직임에 견주어보나 우리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자원보유국과의 협력을 증진하는 한편 해외자원 개발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중국에 대한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게 확대돼야 한다. 과학기술 인력의 사기를 높이는 방안도 보다 강도 높게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애써 우리 것으로 만들어 놓은 기술이 불법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배가돼야 할 것이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기술과 자원 선점 경쟁을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서는 밝은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