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으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다 보니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게 되더군요. 자아를 잃지 않는 여유로움이 통했나 봅니다.” 수입차업계에서 유일한 여성 CEO인 이향림(사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는 성공 스토리로 들려줄 특별한 얘깃거리가 없다면서 겸손함을 드러냈다. 단 7년 만에 과장에서 사장의 자리에 오른 고속 승진의 주인공이지만 소녀 적 감성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도 내비쳤다.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여성을 넘어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업무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한다. 선택의 순간에서도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힌 그녀는 업무스타일에도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모델, 레인지로버의 역동성과 여유로움이 투영됐다. 부드러우면서도 열정적인 주행을 자랑하는 레인지로버는 거대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를 편안하게 배려하는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키가 작아 운전석이 편안한 차를 선호한다는 이 대표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 레인지로버를 타고 머리를 식히는 여유를 찾는다고 했다. 4.4리터, 8기통 엔진의 레인지로버(스포츠)는 최고출력 300마력의 힘을 자랑하지만 요트 항해의 콘셉트를 SUV에 적용, 부드러움 속에서 강한 파워를 발휘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눈 덮인 산에 올라 레인지로버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을 잊을 수 없다’는 한 고객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오프로드 드라이브의 매력과 레인지로버의 여유로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의 동승 인터뷰에서는 레인지로버와 함께 재규어 XJ 2.7 모델도 동원됐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재규어가 국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에 비해 인지도가 낮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재규어의 부드러운 승차감과 탁월한 기술력이 고품격을 지향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면서 “XJ 디젤 등 새로 선보인 모델을 찾는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XJ 2.7 디젤은 그동안 디젤차량에 대한 불만으로 지적돼온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최첨단 기술로 완벽하게 잡아냈다”면서 “실외 정숙성면에서도 동급의 경쟁차량 중 최고”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자는 길이 5m를 웃도는 차체가 남산 언덕길을 가뿐하게 오르며 보여준 파워와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체험하면서 재규어 특유의 역동적이면서도 정숙한 면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인터뷰가 끝난 뒤 뒤늦게 동승차량이 2,700㏄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임을 확인하고서는 재규어의 소음 차단기술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규어의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고객과의 교감이 세월을 따라 명성으로 이어져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항상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준 이 대표의 인생관과 재규어의 명성이 겹쳐졌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녀는 볼보트럭코리아의 최고재무관리자(CFO)를 거쳐 2005년 초부터 CEO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주어진 업무뿐만 아니라 회사 전반에 대한 업무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두루두루 관심을 갖다 보니 새로운 자리가 생길 때마다 승진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영어를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하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묘한 어감까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93년부터 96년까지 실업자 신세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 3년간 직장을 다니지 않았지만 ‘언젠가 다시 일자리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떨치지 않았으며 재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꾸준히 관리했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전형적인 주부로 돌아가는 이 대표지만 요즘도 짬이 나면 ‘서점 가서 책 고르기’ 취미를 살린다. 사회ㆍ인문 관련 교양서적이나 역사책을 즐겨 읽지만 처세 관련 서적은 손도 대지 않는다. 해외출장 때마다 공항 면세점 내 책방에 들러 책을 고르는 즐거움도 만끽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현재 프리미어오토모티브그룹(PAG)코리아 대표로 재규어ㆍ랜드로버ㆍ볼보를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인터뷰 내내 볼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담당자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한 터라 그를 배려하려는 차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