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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집착하다 보면 리듬·궤도 놓쳐
빈스윙으로 자연스런 감각 익히면 실전서도 저절로 맞는 느낌 갖게돼
연습장 사용 못하면 수건 깔고도 초등학생 때부터 빠짐없이 연습
카펫서 볼 없이 스트로크 연습하면 퍼트때 끊어치는 실수 줄일수 있어
완벽한 리듬 스윙의 비결이 뭘까. 김효주의 아버지 김창호(56)씨는 빈 스윙 연습을 꼽았다.
아버지는 여섯 살에 골프를 시작한 김효주가 초등학생이 된 이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한 시간씩 빈 스윙 훈련을 시켰다. 볼을 놓지 않고 클럽을 휘두르는 것이다. 연습장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숙소의 옥상이나 마당에서 몇 겹으로 접은 수건이나 빈 상자를 깔고서라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 최정상급 선수가 된 요즘에도 짧은 시간이나마 빈 스윙 연습은 계속된다. 지금도 아버지의 자동차 트렁크에는 연습장 타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스윙용 매트가 실려 있다.
아버지는 빈 스윙 예찬론자다. "볼을 놓고 치는 연습보다 빈 스윙 연습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볼이 있으면 볼을 맞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전체적인 스윙에 신경을 쓸 수가 없지요. 강하고 정확하게 때리려고 힘은 잔뜩 들어갑니다." 볼에 집착하면 이상적인 스윙의 리듬과 템포·궤도 등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쉽다는 의미다.
그는 "빈 스윙 연습을 꾸준히 하면 자연스러운 스윙의 감각이 몸에 밴다"며 "그렇게 되면 볼이 놓여 있을 때에도 인위적인 노력 없이 클럽을 휘두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윙하는 도중에 볼이 저절로 맞아 나간다는 느낌으로 스윙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실제로 김효주는 연습 스윙과 실제 스윙이 놀라울 만큼 똑같은 선수다. 볼이 놓인 상태에서 빈 스윙 때의 리듬과 템포·궤도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볼은 있으나 없는' 느낌으로 스윙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라운드 도중 샷을 하기 전에도 빈 스윙이 도움이 된다. 김효주는 "샷을 하기 전 빈 스윙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샷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이때 빈 스윙을 대충해서는 효과가 없고 정확하게 자세를 잡고 실제처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 스윙 연습은 퍼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볼 없이 스트로크 연습을 하면 실제 퍼트 때 흔히 나오는, 볼을 끊어서 치거나 굴러가는 볼을 보기 위해 상체를 들어 올리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김창호씨는 카펫을 활용한 퍼트 연습 방법도 공개했다. 융털이 길고 짧은 대형 카펫을 깔아두고 스피드가 느리고 빠른 그린에서의 거리 감각을 익히게 한 것이다. 카펫 밑에 수건 등을 깔면 그린의 굴곡이 만들어져 휘어지는 퍼트를 연습할 수도 있다.
그는 김효주가 이 같은 연습법을 성실하고 묵묵히 따라줬다며 딸을 칭찬했다. 유연성을 타고난 김효주는 중학생 때 이미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장타 랭킹 5위 안에 들 정도인 시속 100마일(약 160㎞)에 육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힘이 약한 편이어서 볼에 체중이 덜 실리자 악력을 길러 이를 보완했다. 지금도 자동차로 이동 중이거나 집에서 쉴 때 양손에 고무공과 악력기를 놓지 않는다.
내년 미국 무대에 진출해서도 김효주의 맹활약이 기대되는 것은 그의 완벽한 리듬 스윙과 더불어 그의 최대 장점인 성실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