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대건설 채권단, 이르면 이번주 현대차와 매각협상 나설듯

M&A 무산땐 비난여론 부담<br>예비협상자에 거절 명분 없어<br>현대그룹선 대대적 소송 준비<br>인수전 장기화 가능성 커져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가 이르면 다음주부터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매각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과의 협상이 결렬되면 인수금액으로 5조1,000억원을 써내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채권단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과의 협상결렬이 확정되면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하지 않을 이렇다 할 명분이나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다만 현대그룹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19일 밝혔다. 채권단은 오는 22일 현대그룹과의 협상중단이 최종 결정되면 곧바로 주주협의회를 열어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이르면 다음주부터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은 시작될 수 있다. 채권단이 입찰에 앞서 배포한 입찰제안서에는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가 박탈될 경우 채권단 고유재량에 의한 판단으로 예비협상대상자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채권단도 이번 안건에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 문제는 추후 전체 주주협의회에서 협의해 결정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입찰 당시에 이미 예비협상대상자의 지위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에 주주협의회가 결의만 한다면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시작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채권단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본입찰 심사 때 우선협상대상자만 선정하지 않고 예비협상대상자까지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효상 외환은행 본부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본입찰 심사 때 나티시스은행 계좌에 있는 1조2,000억원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MOU를 체결한 후 소명을 받으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한 뒤 인수자금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미리 대비해 현대차그룹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복안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도 현대건설 인수합병(M&A)이 유찰돼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우선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현대건설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도약을 위한 기회비용을 더 많이 치러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M&A가 완전히 무산될 경우 줄줄이 남아있는 대우조선해양ㆍ하이닉스 등의 매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 M&A가 결국 유찰로 끝이 난다면 채권단ㆍ현대그룹ㆍ현대차그룹 모두에 상처만 남긴 채 채권단에 대한 책임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신뢰도 측면에서도 딜을 마무리 짓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강력 반발하며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9일 신청한 MOU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채권단을 향해 한층 더 강력한 공세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된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더라도 MOU 해지금지 효력중지 가처분을 추가로 신청하거나 매각절차가 부당했다는 이유를 들어 입찰효력중지 가처분을 신청해 M&A 중단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또 채권단이 MOU 조항인 '합리적인 자료 제출의 의무'에 따라 요구했던 대출계약서 등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시작한다면 현대건설의 반발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이미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법원에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고 50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현대건설 인수 관련 이의제기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잇달아 냈다. 또 채권단에는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본입찰 이후 현대그룹의 자금력에 대한 시장의 의혹이 증폭된 배경에 현대차그룹이 자리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대그룹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현대차그룹의 무차별적 의혹제기와 불법적 인수절차방해행위가 이어졌다"며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및 그 부속서류 제출요구는 법과 MOU, 입찰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 불법적이고 비합리적인 요구"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과 채권단 모두에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한 뒤 대대적인 소송전에 나서게 되면 이번 M&A는 장기화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법원이 M&A를 결정하는 최종 종착점이 된다면 M&A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