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이젠 소프트웨어 상식을 갖출 때


가수 싸이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유튜브. 그러나 유튜브가 '강남스타일'의 신기록을 더 이상 기록할 수 없게 됐다. 누적조회 수가 최대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최대 21억4,748만3,647까지만 저장할 수 있는데 강남스타일은 이미 지난 5월 조회 수 20억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제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메모리 공간에 있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냥 단순한 가십거리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일이 다른 곳에서도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SW 생활과 밀접해지고 첨단화 가속

실제로 2000년 '밀레니엄 버그'도 비슷한 경우다. 컴퓨터에 연도를 기록할 때 뒤쪽 두자리만 기록해서 생긴 문제였다. 1998년을 98로 저장하면서 2000년을 00으로 표기해 1900년과 구분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그런데 강남스타일 기사를 보면서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왜 '21억'인가다. 조회 수 저장에 32비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2의 32제곱인 21억4,748만3,648부터는 표시될 수 없다는 설명이지만 사실 2의 32제곱은 42억9,496만7,296이다.

그렇다면 왜 42억이 아닌 21억이 됐을까. 컴퓨터는 수를 1비트의 부호로 사용한다. 조회 수 저장공간은 32비트지만 1비트를 +/- 부호로 사용해 실제는 2의 31제곱까지만 기록한 것이다. 조회 수는 절대 음수가 될 수 없는데도 +/-를 사용한 것은 개발자의 실수인 듯하다. 동시에 개발자도 조회 수가 21억을 넘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 같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유럽이 1996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우주 프로그램을 위성으로 운반하던 아리안 5호 로켓이 이륙 후 궤도를 벗어나 폭발했다. 실어놓은 과학위성 4대를 포함해 5억달러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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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64비트 부동소수점으로 저장된 수를 16비트 정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궤도를 잘못 계산해 벌어진 일로 밝혀졌다. 일상생활에서는 정수나 실수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몰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컴퓨터는 정수와 실수가 매우 다르고 혼동할 경우 엄청난 손실로 이어진다.

소프트웨어(SW)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일상생활에서도 SW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비트나 메가바이트(MB) 등도 익숙해졌고 TV에서도 기가(2의 30제곱)니, 2의 몇 제곱이니 하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쓴다.

정부, 기초교육 확대·활성화 나서야

그만큼 SW가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주변의 많은 것들은 이미 SW로 작동된다. SW 중심사회가 열린 셈이다. 모두가 SW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기본적인 SW 지식이 필요하다. 마치 모두가 의사일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의학상식은 갖춰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항생제가 뭔지 알아야 오남용도 줄일 수 있고 아프면 전문의를 찾아가 치료도 받도록 도와준다.

SW도 마찬가지다. SW 지식은 실생활에 도움을 준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을 살 때 화면의 해상도는 어떤 의미가 있고, 메모리 용량은 얼마가 적당한지 등 많은 것들이 SW의 특성에 기인한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사용하는 암호화 체계에서 256비트가 128비트보다 얼마나 더 안전한지, 패스워드를 설정할 때 영어·숫자·특수문자를 섞어 쓰는 것이 숫자만 쓰는 것보다 얼마나 더 안전한지, 'iloveyou' 같은 패스워드는 왜 위험한지 등도 기본적인 SW 지식만 있으면 그냥 이해된다.

어느 나라도 전 국민을 SW 엔지니어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첨단 산업사회로 갈수록 SW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지식의 필요성 그리고 활용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학교가 발 벗고 나서 SW에 대한 기초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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