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첫 달인 지난 7월 대 EU 수출은 줄고 수입은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금액이 큰 선박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대폭 줄어든데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EU 교역 전선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화 약세가 유럽의 수출을 견인하고 수입수요를 줄인 것. 또 국내 가격이 크게 오른 돼지고기 수입 및 선호도가 높은 와인과 명품 수요가 늘어난 것도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FTA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자동차 수출이 양측 모두 80~90% 늘어나고 선박 수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번 적자는 일시적이며 FTA 체결 효과는 앞으로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관세청이 1일 발표한 '한ㆍEU FTA 발효 후 7월 수출입 성과'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1~29일 기준) 대EU 수출은 1년 전보다 12% 줄어든 40억8,000만달러, 수입은 41억4,000만달러로 6,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FTA 발효 직전인 6월 무역수지가 10억달러 흑자였고 상반기 전체로도 76억달러 흑자를 보였지만 7월에는 뒤집힌 것이다. 공교롭게 지난달 규모가 큰 선박 수출이 10억달러나 줄어든데다 EU의 경제위기로 반도체ㆍ휴대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도 크게 감소했다. 관세청은 "선박을 제외하면 수출 실적은 오히려 15% 늘었다"며 "FTA로 관세인하 혜택을 보는 품목의 수출도 2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U가 FTA를 잘 이용한 측면도 있다. 수입관세가 8%에서 5~6%대로 줄어든 독일 등 유럽산 자동차 수입이 7월 한 달만 3억3,400만달러로 96%나 늘었다. 벤츠ㆍBMW 등 유럽업체는 전체 관세인하 혜택 중 약 20%만을 활용하고도 FTA를 마케팅 수단으로 연결, 판매를 2배가량 늘린 것이다. 유럽차 판매가 늘면서 일본차 수입은 14% 감소했다. 먹을거리 중에는 국내 가격이 크게 뛴 돼지고기(냉동) 수입(물량 기준)이 215%나 늘었고 닭고기 등 가금류(37%)와 치즈(44%), 와인(30%) 등의 수입량도 커졌다. 하지만 돼지고기 수입 가격은 20% 떨어진 반면 와인 값은 47%나 올라 FTA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는 제각각이었다. 한국도 EU의 관세가 2%포인트가량 떨어진 자동차 수출이 4억5,100만달러로 84%가 증가했으며 자동차 부품 역시 3억600만달러로 21% 늘었다. 한·EU 양측 다 자동차를 FTA를 활용할 대표 품목으로 본 것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의 FTA 활용률은 99%에 달한 반면 국내 기업 전체로 보면 활용률이 58.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