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타계로 현대의 대북사업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아태평화위는 4일 일정기간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북측의 금강산관광 중단이 고인에 대한 조문의 뜻을 담고 있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지만, 북측으로서는 정회장 만큼 신뢰할 만한 사업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서 대북사업이 장기 경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도 대북사업은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특정 민간기업을 앞세운 종전의 추진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현대그룹의 해체나 정몽헌 회장의 자살은 근본적으로는 대북사업의 좌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같은 현대계열사 중에 고인이 경영에 관여했던 기업은 하나같이 부도가 났거나 은행관리상태다. 그리고 그 기업들은 모두 대북사업에 관련됐다.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이 현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대북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대북사업은 한 두개 민간기업이 하기에는 너무 벅찬 사업이다. 정부예산으로 하던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수행하던지, 국민적 지지와 동의를 바탕으로 한 국민성금과 같은 자금으로 수행해야 할 사업이다.
대북사업이 정부주도 또는 민간컨소시엄으로 추진된다는 것은 사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정기업에 특혜형식으로 맡긴 것이 대북사업의 투명성을 저해한 원인이다.
대북사업은 투자수요만 있고,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 사업에 개입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그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는 철회될 것이고, 신용과 주가는 곤두박질을 치게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이 이 사업의 승계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추진능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금강산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 조성사업에서 현대아산은 관광공사나 토지공사의 역할을 대행하는 관리 및 중개회사의 기능을 해 왔다. 현대아산의 그 같은 기능은 살려나가되 사업의 주도적인 역할은 정부와 민간컨소시엄이 맡아야 한다.
아울러 북한은 현대와의 약속대로 대북사업이 수행됐더라면 남쪽에서 `퍼주기 논란`도 나오지 않았을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핵무기개발에다 서해교전과 같은 난관을 조성해 현대의 대북사업을 어렵게 한 데서 북한의 책임도 크다. 북한은 정회장의 자살이 이처럼 사업추진 방식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호응하길 바란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