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고심 끝에 어설픈 수 제2보(22~43) 조훈현은 연말부터 거의 일주일을 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앞으로 1개월 이상 빡빡한 대국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1월 3일에는 15세인 윤준상초단을 꺾고 기성전 도전권을 따냈는데 기성전 도전5번기는 2월 4일에 시작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1월 13일부터는 베이징에서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를 두어야 하고 1월 20일부터는 상하이에서 농심배에 출전해야 한다. 삼성화재배의 상대는 중국의 랭킹1위 왕레이9단이고 농심배의 상대는 3연승의 맹위를 떨치고 있는 후야오위7단이다. 이래저래 심신이 지쳐있는 조훈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천원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국제전에 나가고 싶은데 상대는 승률1위를 질주하는 무서운 아이 송태곤이다. 백30은 송태곤이 고심 끝에 둔 수였는데 어설픈 착상이었다. 31의 자리에 점잖게 벌려 두는 것이 정수였다. 실전은 바로 그 자리를 역으로 흑에게 당해 행마의 리듬이 헝클어졌다. 기세상 32로 씌웠으나 흑43까지 실리를 허용하여 일찌감치 포인트를 약간 빼앗긴 느낌이다. 애초에 송태곤이 31의 자리에 두지 않은 이유는 참고도의 흑2를 꺼렸던 것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백3 이하 17로 두어 백이 나쁘지 않은 진행이었다는 것이 송태곤의 연구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1-28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