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법적 대응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예고된 각종 줄 소송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해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기업 경영을 둘러싼 위기 변수(Risk Factor)들은 과거와 같이 `얼렁뚱땅` 또는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다가는 치명타를 입을 파괴력이 있다는 점에서 조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의 정치비자금, 분식회계 파문 이후 국내 주요 기업들을 제소, 재판이 진행중이다.
◇법무팀 직급ㆍ권한 상향 조정 = LG그룹이 재계 최초로 법무팀장을 부사장급으로 올린데 이어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 그룹 등도 역시 인원보충과 직급 상승을 사실상 확정했다.
LG의 경우 작년말 ㈜LG 부사장으로 김상헌 법무팀 상무를 승진시키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김 부사장은 LG그룹 사상 최연소 부사장. LG는 앞으로 김 부사장을 주축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삼성 역시 김용철 법무팀장(전무)을 올해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시킬 움직임이다. 삼성은 이미 기존 법무팀에 검사 출신 5명 등 변호사 자격증 소유자만 40명에 달하는 규모를 갖췄지만 중량감이 있는 법조인을 중심으로 추가 인력보강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ㆍ국제금융부문 강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소버린과 지분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SK그룹은 법조라인의 M&A 및 국제금융 능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순한 SK텔레콤 법무팀장(상무급)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 법무팀이 그룹의 각종 법적, 제도적 현안을 담당하고 있지만, 판ㆍ검사 출신의 중량감 있는 법률전문가가 거의 없다. SK는 당분간 분식회계, 정치자금 조사 등 정치관련 주요 사안은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낸 김&장의 이종왕 변호사에게 맡기는 등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한 후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으로 법무팀 강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현대차 그룹 역시 법적 대응능력에선 SK와 유사하다. 현대차 법무팀은 임영철 이사를 팀장으로 모두 15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관리업무가 주종으로 소송 및 법률자문은 외부(김&장, 태평양, 율촌)에 맡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는 2005년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도입에 대비해 조만간 법무팀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최근 정치자금 수사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롯데그룹을 비롯한 중견그룹들도 법무팀 강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거물급 인사를 영입해 새로운 팀을 구성하는 방안들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