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송파벤처타운] 한국판 실리콘밸리 꿈 영근다

서울 송파구청 별관. 10층짜리 건물에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내리면 일반 관공서와는 확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송파벤처타운」. 송파구청(구청장 金聖順)이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값싼 임대료및 각종 지원을 내세워 조성한 이곳(7~10층)에는 20~30대의 젊은이들이 모여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신기술 개발에 젊음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판 실리콘 밸리의 꿈이 영글어 가고 있는 현장이다. 유연한 근무시간, 청바지에 티셔츠의 자유스런 복장, 자유분방한 작업 스타일. 그러나 이들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일에 대한 의욕이 넘쳐흐른다. 끝없이 솟아오르는 성취욕구에 밤 늦도록 일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들의 성공을 향한 집념과 열기에 힘입어 송파벤처타운은 문을 연지 반년도 안됐지만 입주업체들이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쓰는등 신기술 개발의 산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7층 711호에 입주한 에이치앤케이의 심현섭대표. 토끼띠로 만36살인 그는 지난해 5월께 전문가시스템 「KEE(KNOWLEDGE ENGINEER FOR EXPERT)」의 개발에 승부를 걸기로 하고 그동안 다니던 포스데이타를 과감히 그만두었다. 전문가시스템이란 증상만 입력하면 대책이 바로 출력돼 비전문가도 쉽게 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의료, 자동차·선박·항공기 정비, 네트워크 정비, IP사업 등 수많은 분야에 활용될 전망. 에이치앤케이는 6개월만에 시험판 프로그램을 개발해낸 후 현재 한방기자재개발업체, 네트워크업체, 대학 등과 함께 합작 사업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沈사장은 『KEE에 대한 반응이 좋아 금년에 10억원의 매수가 기대된다』며 『회사를 잘 이끌어 한국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1005호 조이맥스의 전찬웅사장(32). 지난 94년 서울 동북고등학교를 졸업한후 획일적인 한국사회를 탈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캐나다에 있는 2년 과정의 닌텐도게임스쿨에 입학했다. 田사장은 졸업후 96년9월 같이 공부했던 교포와 함께 귀국해 게임 프로그램 회사를 차렸다. 田사장의 벤처기업은 반년도 안돼 우수 국산게임 사전제작 부문에서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2년여만인 지난해 12월에는 한국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화 대전에 네트워크·PC 게임인 「파이널 오딧세이」를 출품, 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 제품은 문화관광부의 심사를 거쳐 오는 15일 처음 출시할 예정인데 벌써 한 회사와 계약단계에 있다. 조이맥스는 금년에 최소한 5억~6억원의 매출은 무난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田사장은 『일본 아이들이 한국산 게임을 사기위해 도쿄에서 줄서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라며 『2000년까지는 코스닥, 2002년까지는 실리콘밸리 진출과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대 젊은이 12명이 꾸려나가는 8층 804호 ㈜소만사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대학원 동창 5명이 재학시절 장난처럼 시작한 동아리 활동에서 출발한 벤처기업. 최근 회사의 기밀정보 유출을 막는 SW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화제가 됐었다. 송파 벤처타운은 4개층 958평으로 지난해 9월부터 문을 열었다. 구청 사무실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이곳에는 3.9대1의 높은 경쟁을 뚫은 30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모두 10명 내외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컴퓨터분야의 신생업체 또는 예비창업자들이지만 각종 대회에서 상을 잇따라 받고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로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벤처타운에는 세계시장을 지향하는 무서운 아이들이 모여있다』며 『이들로부터 IMF 탈출의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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