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석태 “해외 바이어들은 디자이너의 혼을 삽니다”

"한국은 대중성에 무게" 쓴소리


패션 디자이너 이석태(사진)는 국내보다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더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패션 디자이너들의 로망인 프랑스 파리의 유명 패션 편집숍 '레클레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우리나라 브랜드(KAAL. E. SUKTAEㆍ칼 이석태) 옷을 처음으로 내걸었다. 그의 옷은 드리스반 노튼, 필립림, 돌체앤가바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재고 없이 모두 팔려나갔다. 그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되는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일 그가 '신진 디자이너 패션쇼(GN)'에서 선보인 의상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석태의 인생은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패션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텐소울' 프로젝트에 선정돼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트레이드쇼인 '파리 트라노이'에 참가한 후 180도 바뀌었다. 그는 "유명 편집숍 5곳과 독점계약을 맺은 결과 지난해 15만달러의 해외 수주를 올렸다"면서 "올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신장해 올해 목표를 25만달러로 늘려잡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패션위크 패션쇼에 앞서 그를 신사동 가로수길 '칼 이석태' 쇼룸에서 만났다. 지난 4년간 그는 판매수수료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내 유통구조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팔아야 하는 고행을 거듭하다 결국 경영을 접었다. 옷은 잘 팔렸지만 자본과 영업력이 부족한 디자이너인 그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오브제ㆍYK083 같은 유명 브랜드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지난해 텐소울에 선정돼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옮긴 끝에 예상치 못한 대박을 터뜨렸다. "열악한 국내 유통구조와 대중적인 의상ㆍ트렌드에 집중돼 있는 패션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습니다. 해외 비즈니스의 경우 바이어들이 사가면 재고부터 판매까지 완전히 책임 지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작품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지요." 그는 해외 바이어들이 디자이너의 '에스프리(혼)'와 '아이덴티티'를 사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중성과 동질성에 무게를 둔다고 꼬집었다. "1990년대 중반 파리 유학 시절 레클레어에서 종이로 만든 옷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때 눈만 즐겁게 만드는 단순한 예쁜 옷이 아니라 내 혼이 들어간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지금 이 순간도 열악한 국내 현실 때문에 역량 있는 새싹들이 사장되고 있다며 아파했다. 그는 "결국 역량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살아남으려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며 정부나 대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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