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09년, '위기의 남북관계'해법은…

방향전환 필요한 시점… 3월前에 남북소통 나서야<br>남북공동선언 추진·외교 안보팀 교체등<br>단계적 관계 복원 조치로 北측 변화 유도<br>국민들도 냉소 아닌 진지한 관심 가져야



암흑의 터널에서 팽팽한 대립만 고집할 것인가, 탈출구를 찾을 것인가. 이명박(MB)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남북관계는 마치 외길 터널 안에 마주 선 두 버스가 서로 입장만 내세운 채 한치 양보 없는 기싸움만 벌인 꼴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 진보정권과는 다른 대북정책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꼼짝 않겠다는 이른바 ‘비핵ㆍ개방 3000’ 공약을 밀어붙였다. 북한은 이런 MB 정부와는 얼굴도 마주하기 싫다며 돌아앉아버렸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6ㆍ15 공동선언, 10ㆍ4 정상선언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남북기본합의서(1991년)를 강조한 다음날인 3월27일. 북한은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의 우리 당국자를 추방하는 것으로 대남 공세를 시작했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금강산ㆍ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 축소, 남북 육로통행 제한ㆍ차단, 경의선 중단 등 남북 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하는 최악의 사건들이 이어졌다. MB 정부 출범 후 첫해가 훌쩍 지나갔지만 남북 관계는 화해 분위기보다 대립각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변할 때까지 ‘원칙을 지키며 기다린다’는 기조를 고집하고 있다. 북측이 개성관광을 중단하고 남북통행 제한한 ‘12ㆍ1’ 조치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을 위해 쌀ㆍ비료를 제공하겠다고 흔쾌히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측도 남북 관계가 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자존심을 버려가며 관계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북한 내부체제 단속을 위해서라도 대립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북한 군부는 개성공단을 방문해 “12ㆍ1 조치를 일시적이거나 상징적인 조치와 혼동하지 말라”며 더 강경한 대남 압박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성공단 폐쇄, 군사분계선ㆍ서해상에서의 무력충돌 등을 시사하는 엄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올 2009년 한해 남북관계가 암흑 터널 속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비관론을 내고 있다. 팽팽한 대립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토양을 조성하고, 이어 관계 복원의 단계적인 조치들을 하나씩 시행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조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지난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극적 대북정책 자세에서 적극적 태도로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3월 이전에 남북 소통에 나서야 하고 6ㆍ15 공동선언, 10ㆍ4 선언을 뛰어넘는 진일보한 남북공동선언을 만들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로서는 2월 취임 1주년과 맞물려 외교안보팀을 교체하면서 그동안 문제점이 지적된 대북정책을 조금씩 수정, 북측의 태도 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규륜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실장은 “냉전이 해소된 지 20년인데 남북관계는 아직 갈등해소 차원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소강상태에 머물고 있다”면서 “과거의 답습을 넘어선 새 형태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진지한 관심도 필수적이다.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국 대사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개최한 한 강연회에서 “냉소적인 태도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 변할 리가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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