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가 8일 노조원 투표를 통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를 확정했다. 지난 8월6일 사측과의 극적인 협상 타결로 77일간의 공장 점거파업을 끝낸 지 33일 만이다. 이날 투표에 참석한 조합원은 2,642명으로 전체 재적인원의 75.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그만큼 이번 투표에 쏠린 조합원들의 관심이 컸다는 증거다. 투표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73.1%의 압도적인 찬성표로 금속노조에 등을 돌렸다. 이에 대해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노조 지도부가 투쟁을 잘못 이끌고 갔을 때 조합원들은 물론 노동조합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고 평가했다.
◇쌍용차 노조원들 왜 변화 선택했나=이번 투표 결과의 핵심은 변화다. 조합원들은 지난 파업 과정을 겪으면서 회사가 파산 직전에 몰렸는데도 극단적인 투쟁만을 고집하는 노조 지도부에 실망한 것이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해고자와 비해고자 조합원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총고용을 보장하겠다던 지도부의 약속은 결국 52%의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면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사태의 평화적 해결보다 쌍용차 파업을 총고용 보장이라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시험무대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더 이상 기댈 필요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조합원들의 고민이 많았겠지만 우선은 회사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지난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노조는 존재의 의미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쌍용차의 민노총 탈퇴는 이런 변화 속에서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택한 또 하나의 변화인 셈이다.
◇노동계 온건노조 입지 강화 계기될 듯=이번 탈퇴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물론 민노총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조직의 최대 현안이었던 지역지부 전환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중앙위에서 완성차 지부들의 요구를 수용해 지역지부 임원 선거를 연기한 바 있는 금속노조는 쌍용차 노조 탈퇴가 행여나 다른 완성차 3사를 포함한 기업지부들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금속노조는 전체 조합원 15만명 가운데 현대차ㆍ기아차ㆍGM대우차ㆍ쌍용차ㆍ만도 등 기업지부 조합원들이 9만여명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쌍용차 노조의 탈퇴가 현재 지도부 선거가 진행 중인 금속노조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오는 15일 지부장 선거가 있는 현대차 노조는 현재 강성계열과 온건계파 간에 접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21일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 역시 현 집행부의 지역지부 전환 처리방식에 대해 한 후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