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채권시장 활짝 열었다/핫머니 대거 유입 가능성

◎외국자금 국·공채에 몰려 기업 자금조달 주름살 우려/시장지배력 빼앗겨 금리 폭등 등 「멕시코 재연」 될지도정부가 23일부터 국·공채 및 특수채(금융채), 단기회사채 시장을 개방하기로 함으로써 채권시장의 문이 완전히 열리게 됐다. 현재 잔액이 2백7조7천억원에 이르는 국내 채권시장은 회사채와 특수채, 국공채시장으로 구분되는데 지난 12일 전체 시장규모의 38.9%에 이르는 3년 이상 회사채시장이 개방된 데 이어 23일부터 나머지 61.1%마저 열리는 것이다. 국·공채시장 개방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본시장 조기개방 요구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당초 국내외 금리차가 2% 이내로 줄어들 경우 마지막 단계에서 개방하기로 했다. 이처럼 자본시장을 개방할 경우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내외금리차를 노린 투기성자금인 핫머니의 유출입으로 채권시장의 시장지배력을 송두리째 외국인들에게 빼앗기게 될 우려가 크다. 특히 국·공채시장의 개방으로 회사채시장이 일거에 위축될 우려가 커졌다. 외국자금이 부도우려가 없는 국·공채로만 몰리고 회사채를 외면할 것으로 예상돼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자금 조달에 주름살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우려대로 핫머니가 들락날락하면서 채권시장을 휘저을 경우 멕시코처럼 시장지배력을 외국인들에게 완전히 빼앗겨 금리가 폭등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환거래세(토빈세) 신설, 거래준비금 예탁 등의 대응책을 검토중이나 얼마나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지 미지수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직 국내의 환율 및 금리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성탄절을 전후해 사실상 연간 업무를 마감하기 때문에 연내에는 투자자금이 거의 유입되지 않을 것이며 본격적인 투자는 내년에 가서야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공채나 단기회사채의 경우 외국인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환율급등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일단 진정되면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국·공채시장=국·공채는 가장 안전한 채권이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외국인들의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통해 외환수급 여건 개선이라는 정부의 개방목적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상장 국·공채의 규모가 37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으나 외국인들은 이보다 주로 신규 발행 국·공채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돼 단기간에 어느 정도 자금이 유입될 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리스크가 IMF구제금융 신청이후 급격히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연 15%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외화조달을 위해 조만간 발행키로 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대해 외국인들은 연 15% 이상의 수익률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 정도의 고수익률이라면 엄청난 국부 유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수채시장=금융채를 포함한 특수채중에서는 신용도가 높은 한국전력 등 공기업발행 채권과 산업금융채권이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타 시중은행이나 금융기관들이 발행한 금융채는 발행규모도 적고 외국인들이 신용에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감독원은 외국인들이 현재 특수채의 상장잔액 1백조1천8백억원에 종류별 한도 30%를 적용할 경우 30조5백39억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단기회사채시장=외국인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여건이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장기보다 확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단기쪽에 상당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국공채 및 특수채를 더 선호하고 회사채의 경우도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발행분에만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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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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