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내가 누구인지 눈 뜨려면 선 공부 필요하죠"

수불 부산 범어사 주지스님 '흔적 없이 나는 새' 출간

황벽 선사 가르침 '전심법요' 이해 돕도록 쉽게 풀어 써


"새는 하루종일 날아도 허공에 흔적이 없습니다. 날았으되 늘 날았으니 그 자리는 고요한 것이죠. 그렇다고 새(의 존재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죠. 수행자로서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이 와도 완전히 눈 뜨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공부를 더 해야 하는지 어려워합니다. 뭔가 느꼈는데 왜 조금 전과 지금이 다른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지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러한 물음과 대답으로 이뤄져 더 많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풀어썼습니다."


부산 범어사 주지이자 안국선원 선원장인 수불(사진) 스님은 1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흔적 없이 나는 새(無影鳥)'를 집필한 의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원전인 '전심법요'는 당나라 말기 관찰사였던 배휴 배상국이 황벽 선사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것이다. 문답형식으로 구성된데다 구구절절 설명 없이 바로 가르침을 쉽게 풀어내 중국 조사선(조사인 달마가 전한 선이라는 뜻으로 글자의 뜻풀이에 매이지 않고 바로 이심전심으로 전하는 선법)을 잘 풀어낸 모범적인 예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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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 지식인이던 배휴는 황벽 선사와 묻고 대답하며 문득 깨달음을 얻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속적인 때가 묻어 있는 깨달음이라 계속해서 스님에게 이치를 묻죠. 황벽 스님이 이를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거절하지 않고 좀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노파심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흔적 없이 나는 새'는 전심법요와 완릉록 원문에,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다른 책의 내용까지 더했다. 책 제목 '흔적 없이 나는 새' 역시 원문에는 없다. 하지만 선(禪)을 공부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신자 역시 마음에 둘 자세라고 생각해 차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쉽게 풀어냈다고 해도 여전히 선 수행은 어렵다. 수불 스님은 "처음부터 선을 얘기하면 어렵습니다. 먼저 왜 종교를 공부하려 하는지 묻죠. 그렇게 믿음을 낸 사람을 참선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본인이 무엇인지,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를 눈 뜨게 하는 선 공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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