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대형은행 10여곳 환율조작 조사

미·영·스위스 등 규제당국 공조… 외환딜러 채팅 기록 집중 조사<br>적발땐 벌금 리보사태 능가할 듯… 은행마다 채팅 차단 등 대응 분주


미국과 영국 등 복수의 규제당국들이 10개 이상의 글로벌 대형은행들을 상대로 환율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당국은 리보(영국 은행 간 금리) 조사 때처럼 딜러들의 채팅 기록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JP모건,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은 트레이더들의 온라인 채팅을 금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ㆍ영국ㆍ스위스ㆍ홍콩 등 4개국의 금융규제 당국이 적어도 10개 이상의 다국적 글로벌 대형은행을 상대로 이들 은행의 외환 트레이더가 환율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JP모건ㆍ골드만삭스ㆍ씨티그룹과 영국 HSBCㆍRBSㆍ바클레이스, 독일 도이체방크, 스위스 UBS 등 8개 은행은 당국의 환율조작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공식 시인했다. 로이드와 소시에테제네랄도 언론 인터뷰 등에서 환 조작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수사에 참여한 기관도 영국 금융감독청과 미국 법무부, 스위스ㆍ홍콩의 금융규제 당국 및 각국의 반독점 관련부서 등 역대 최대급이다.


FT에 따르면 조사당국은 트레이더들이 환율공모에 참여한 증거를 찾기 위해 블룸버그 단말기 내 채팅룸 중 수석급 트레이더들이 참여하는 일명 '마피아' '카르텔' '선수들' 등의 대화기록 등을 압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반독점규제 당국들도 이들의 공모 및 담합이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실사에 착수했다.

앞서 부실 모기지 판매 및 리보 조작사건 당시만 해도 "과도한 벌금이 은행을 죽인다"며 반발해온 대형은행들은 자구책을 내놓고 당국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등 한층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JP모건과 CS가 내부적으로 온라인 채팅을 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BSㆍ바클레이스 등 영국 은행과 미국 씨티그룹, 스위스 UBS도 채팅룸 사용 및 기준에 대한 자체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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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당국은 외환 트레이더들이 채팅을 통해 그날의 '기준환율(fix)'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환 조작에 공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레이더들이 수만명의 사용자와 연결된 채팅룸 내 대화과정에서 불법적 흐름을 보였음은 리보 조작사건에서 이미 입증됐다. 당시 수사당국은 트레이더들의 채팅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5년 동안 시장에서 금리조작이 이뤄져왔음을 밝혀냈다.

환 조작 혐의 수사에 은행들이 긴장하는 것은 글로벌 외환시장의 일일 손바뀜 물량이 3조파운드(약 4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등 시장 규모 및 조작의 영향력이 은행거래의 기준이 되는 리보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 간 환율을 기준으로 무역대금이 책정되는 만큼 환시장 조작은 개인의 상품구매 등 일상생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벌금 합의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이 내려질 경우 기관 등 민간투자가들에 벌금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T와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대형은행들은 환율조작 사건이 정식 재판에 부쳐질 가능성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며 "당국의 선처를 기대하며 발 빠르게 자구책을 내놓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정식 재판에 회부되지 않는다고 해도 은행이 물어야 할 합의금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리보 조작사건 때보다 많은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게 은행권 공통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리보 조작파문으로 지금까지 5개 대형은행이 규제당국과 각각 35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 유럽연합(EU) 반독점규제 당국은 6개 은행에 10억유로(약 13억달러)에 가까운 벌금을 추가로 부과할 방침이다.

영국 가디언은 "JP모건이 부실 모기지 판매 혐의로만 지난해 순이익의 65%에 달하는 130억달러를 벌금으로 냈다"며 "금융위기 이후에도 은행들이 공모를 지속해 경영을 위협하는 수준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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