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본의 행개혁이 주는 시사(사설)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총리가 드디어 큰일을 해냈다. 일본의 역대 총리가 하지 못했던 중앙정부조직을 이번에 개편하기에 이른 것이다. 역대총리의 숙원이 마침내 풀리게 됐다.일본 행정개혁위원회(회장 하시모토 총리)는 현재 22개 성·청으로 돼 있는 중앙정부조직을 1부13성·청체제로 통폐합, 축소하는데 잠정 합의했다. 행개위는 다음달초 이를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하시모토 총리가 중앙정부의 조직개편에 착수하게 된 것은 2년 전 그가 총리에 취임한 직후부터다. 그는 「관청 중의 관청」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대장성의 장관을 지내면서 관료사회의 폐해를 실감했다. 일본은 여느면 관료 중심의 사회다. 관료들 가운데서 사무관급 이상의 고급관료는 일본 제일의 명문인 동경대 법학부 출신들이 태반이다. 일본사회의 엘리트답게 이들은 전후 일본의 부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따라서 이들은 일본을 이끌어가는 집단이 바로 자신들이라는 자만심에 차 있다. 일본정부 주도의 선단식 경영이라는 것도 이들 엘리트가 창안한 것이다. 그러나 엘리트에 의존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복잡다기해가고 있다. 이번 일본정부 조직개편의 하이라이트는 대장성이다. 우리의 재정경제원과 비슷하면서도 권한은 더 막강한 곳이다. 예산·징세·금융행정·통화정책 및 통화외교 등을 장악, 관료기구의 정점에 군림해온 것이다. 하시모토 총리는 대장성에서 금융기관의 감독권을 떼어내 금융감독청을 신설했다. 재정과 금융의 분리를 단행한 것이다. 정권이 흔들릴 정도로 반대도 많았다. 예산도 신설되는 내각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따라서 대장성의 권한과 기능은 대폭 축소된다. 현행대로 유지되는 성·청은 일부 이름은 바뀌지만 대장성을 비롯, 법무·외무·통산성과 방위청 등 5곳이다. 이밖에 국토개발·국토보전·환경안전·생활복지·학술과학문화성 등이 신설돼 이들 성에 기존의 성·청을 기능별로 통폐합시켰다. 자치성의 처리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강은 마무리된 셈이다. 인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일본정부의 조직개편이 오랜 시간을 두고 기능별로 통폐합, 축소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식으로 어느날 아침 대통령의 명령 한마디로 처리된 것이 아니다. 행개위에는 각계의 원로들이 참여, 21세기에 맞는 제도를 일구어내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정부 기구는 너무 방만하다. 공무원 수도 많다. 인구비례로 볼 때 80년대 중반의 2배 수준이다. 기구가 통폐합됐어도 인원은 더 늘어난 부처도 있다.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일본정부의 조직개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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