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막대한 소송비용등 장벽 너무 높다

증권 집단소송 왜 한건도 없나 <BR>비싼 인지대에 일간지 공고등 수천만원 가량 소요<BR>자본력·전문지식 갖춘 원고측 변호사 부족도 요인



‘증권집단소송제는 있으나 마나(?)’ 올해부터 불법행위를 저지른 대기업 등에게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물릴 수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한 건도 소송이 제기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계는 당초 집단소송 시행을 앞두고 소송 남발로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며 시행 연기 또는 백지화를 요구하며 크게 반발해왔다. 또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의 윤승한 공시감독국장은 한 세미나에서 “최근 5년간 집단소송 대상 법인의 공시실태나 제재내역, 준비상황을 점검한 결과 지금과 같은 공시나 회계관행이 지속될 경우 집단소송의 피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우려와 정반대다. 재벌개혁을 앞세워 대기업들을 상대로 줄소송을 걸고 있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증권집단소송과 관련해서는 문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다. 이와함께 증권소송 전문로펌인 한누리는 지난 3월 한 코스닥기업의 집단소송을 추진했지만 막대한 소송비용 등이 걸림돌이 돼 끝내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 ▦소송장벽 너무 높아=법조계 일각에서는 과다한 소송비용 등 소송장벽이 너무 높아 집단소송이 원천봉쇄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소송 인지대만 해도 최대 5,000만원을 부담해야 하고, 소송 공고를 일간신문에 하도록 하는 등 변호사를 뺀 소송비용만 수천만원이 든다. 예를들어 증권집단소송시 납입해야 할 인지대를 통상사건 인지대의 50% (5,000만원 한도)로 정하고 있어 청구금액 200억원의 집단소송일 경우 인지대로 3,527만원의 인지대를 내야 한다. 또 피해자가 3만명이라면 개별고지를 위한 우표 값에다 인쇄비용, 발송비용 등이 1,000만원이 들고, 여기다 일간신문 공고 비용까지 합치면 고지비용으로 최소 2,0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개인 투자자들은 최대 수억원이 들 소송비용을 부담하면서 장기간 걸리는 집단소송을 하는 대신 일반 소송을 택하고 있다”며 “막대한 소송비용이 집단소송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허위공시ㆍ주가조작ㆍ내부자거래ㆍ분식회계ㆍ부실감사 등 외에 다른 증권사기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을 금지하고,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2년 유예 조치를 취한 점도 집단소송을 막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고측 변호사 준비 안돼=소송비용, 범위 제한과 함께 변호사업계의 준비가 덜 된 점도 집단소송이 없는 이유로 보인다. 피고측을 대리할 대형로펌의 경우 집단소송이 제기될 경우 고객인 대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수임료를 받을 수 있어 내심 집단소송이 잇따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본력과 소송능력을 갖추고 원고측을 대리할 수 있는 변호사는 아직 드문 실정이다.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원고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증권법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면서 장기간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자본력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원고측을 대리할 수 있는 준비된 변호사들이 흔치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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