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화승 르까프 개발센터’.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100여평 남짓한 작업실에 40여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개발센터는 신발 디자인부터 고기능 안창, 밑창을 시험 생산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운동화와 등산화 등 다양한 르까프 상표의 신발이 탄생한다. 지난해 6년만에 화의를 끝낸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화승 직원들은 새해 희망에 부풀어 있다. 개발실 김병수 대리는 “화의 졸업으로 그동안 묵은 체증이 싹 가신 기분”이라며 “개발실 직원들이 새로운 각오로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국내 시장 1위인 나이키를 반드시 따라 잡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제품제작실 김옥자씨는 신발 안창에 들어가는 가죽 가위질을 잠깐 멈추고 “회사가 안정돼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들어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있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953년 설립 이후 ‘르까프’라는 독자적인 상표로 국내 스포츠용품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던 ㈜화승이 갑자기 된서리를 맞은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와 함께 부산지역 종금사들이 잇달아 폐쇄되면서 자금난에 봉착,결국 부도가 났다. 98년 9월 화의 인가가 내려지자 회사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화승파카 등 알짜배기 회사들과 부동산 매각, 조직 슬림화, 체계적인 아웃소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시켜 나갔다. 이 같은 피나는 노력으로 2003년(매출 3,084억원)부터 화의 전 최대 호황기 실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지난 9일에는 화승그룹 2010년 매출 3조원 달성을 위한 그룹비전과 새 CI 선포식을 갖고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다졌다. ㈜화승은 앞으로 주력 제품인 신발과 스포츠의류 분야의 브랜드 경영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통합브랜드인 르까프의 국내 상표 1위 브랜드 위치를 계속 고수하고 나이키, 에디다스 등 외국 브랜드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계획이다. 고영립 화승그룹 총괄부회장은 “올해부터 ‘스포츠,레저 생활의 서포터스’라는 슬로건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이라며 “2010년까지 스포츠 브랜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 부회장은 “이를 위해 올들어 런던과 뉴욕에 디지인 사무소를 열고 세계적인 트랜드와 접목시켜 신규 브랜드를 창출하는 등 브랜드 파워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동출고ㆍ통합물류 시스템 구축 등 유통 채널의 정예화와 다각화를 통해 ㈜화승이 조만간 국내 최고의 유통전문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