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만 쳐다보는 기업…'돈줄' 죄면 직격탄

회사채 시장 무너지고 증시는 '돈먹는 하마' 전락<br>저축銀 부동산 대출이 뇌관…금융위기 번질수도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은 아직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앞으로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한국은행 ‘2007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현재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거의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회사채시장이 무너지고 증시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기업들이 은행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고 바젤2 시행, 기업 대출 충당금 적립 강화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 기업 대출 증가세 둔화 불가피=한은에 따르면 신규 기업 대출 규모는 지난해 연간 17조4,000억원에서 올 9월 말 현재 65조4,000억원으로 급팽창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53조6,000억원으로 거의 대부분이다. 은행이 인수한 사모사채를 제외하면 회사채시장이 죽을 쑤는 상황에다 은행권의 외형 불리기 경쟁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연초 LG카드 매각으로 은행들의 특별잉여금이 6조원가량 발생하면서 BIS비율이 기준치인 8%를 웃도는 12~13%에 이른다”며 “은행들이 BIS 여력이 남아돌자 ‘리딩 뱅크’ 경쟁에 돌입하면서 중기 대출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 같은 은행들의 대출 행태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의 경고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은행들이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바젤2 시행은 중기 대출의 감소 요인이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바젤2가 실시되면 중기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증가한다”며 “현재 은행 대출이 중소기업 대출에 쏠려 있음을 감안할 때 은행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기 대출이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올 4ㆍ4분기 중기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28로 지난 2004년 4ㆍ4분기 이후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융기관이 중기 대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인한 신용경색 여파도 중기 대출에 부정적이다. ◇저축은행 부동산 관련 대출 뇌관 될 듯=최근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우려 요인이다. 올 9월 말 현재 8개 상장 은행이 건설업,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 부동산 등 건설업 관련 업종에 빌려준 대출은 총 163조3,350억원으로 전체 기업 대출의 43%에 이른다. 이처럼 은행권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더 위축되면 은행들이 건설업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올 3ㆍ4분기 건설업에 대한 예금은행 신규 대출금은 3조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 분기 말보다 7.5% 늘면서 2ㆍ4분기 11.8%에 비해 증가속도가 둔화됐다. 특히 저축은행 대출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이 50%를 넘어서면서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이 12조3,641억원으로 총 대출액의 28.9%, 부동산 대출액의 55.8%에 이르는 실정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이 저축은행의 부실화를 촉발하면서 금융위기로 번질 위험도 있다. 다만 은행들의 대출 증가속도가 크게 둔화되겠지만 대출 회수, 여신 축소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번지면서 기업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기업들이 대출 갈아타기가 힘들어지고 어느 한 은행이라도 대출 회수에 나서는 순간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서 은행들의 부실자산 증가와 영업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기업금융시장에서 일부 마찰적인 경색은 발생하겠지만 채권 회수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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