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롤렉스, 일본에 세이코가 있다면 한국에는 로만손이 있습니다. 손목시계는 물론 주얼리와 액세서리 등 패션 아이템의 새로운 브랜드 개발을 통해 오는 2015년까지 매출 3,000억원으로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국내 시계시장 1위 기업으로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세계 최대 규모인 스위스 바젤시계보석전시회 명품관에 초청되는 로만손의 김기문 (51ㆍ사진) 사장. 그는 지난 2003년 선보여 젊은이들 사이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J.ESTINA)’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가을 파인(fineㆍ고품격 고가) 주얼리 브랜드 ‘이에스돈나(E.S.donna)’를 새로 내놓고 토털 패션 전문기업으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88년 모 시계 업체의 영업이사로 일하던 김 사장은 시계가 시간을 확인하는 시계 본연의 기능 이외에 멋쟁이들의 패션 액세서리의 역할로 확대될 것으로 믿고 단돈 5,000만원만 손에 쥐고 창업에 나섰다. 당시 국내 시계시장은 대기업 계열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신생 업체의 시장 진입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김 사장이 생각해낸 전략이 바로 해외시장 진출. 그러나 당시 일본 업체와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 거래를 진행하다가 납품 직전에 상대편의 무분별한 단가 인하 요구로 거래가 끊어져 큰 손해를 입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런 일을 겪고 난 후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유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스위스의 유명한 시계공업단지인 ‘로만시온’에서 착안한 ‘로만손’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89년 중동 지역, 90년 미주 지역에 ‘로만손’이라는 이름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커팅글라스(cutting-glass)시계, 인터넷시계, 3.89㎜ 초박형시계 등을 잇따라 개발함으로써 96년 1,000만달러 수출탑에 이어 2002년 2,000만달러 수출탑 수상과 함께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성과를 이뤘다. 특히 2003년에는 이탈리아 감성의 ‘제이에스티나’를 선보이며 토털 패션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그 전에 도전했던 핸드백 등 다른 사업 분야에서 쓴 잔을 마신 후 시작한 주얼리시장은 로만손의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예물 위주의 파인 주얼리와 중저가의 액세서리로 이분돼 있던 쥬얼리시장에 14Kㆍ18K 금을 소재로 신개념의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브릿지 주얼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제이에스티나는 출시 2년 만에 전국 55개 백화점 직영매장 운영과 함께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며 로만손의 새로운 캐시 카우로 부상했다. 8월 새롭게 선보인 ‘이에스돈나’도 18K 금과 귀금속을 소재로 하는 파인 주얼리로 제이에스티나와 함께 로만손의 양대 주얼리 브랜드다. 올해 매출 약 700억원을 기대하는 로만손은 내년에는 ‘3대 사업계획’을 통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먼저 개성공단 내 ‘로만손 협동화공장의 생산물량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 실현에 나설 방침이다. 김 사장은 “2004년 8월 본격 가동한 ‘로만손 협동화공장’은 저렴한 인건비와 물류 비용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계완제품 총생산량의 약 30%를 공급받고 있는 것을 5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남북 경색이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 경협사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날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경영 환경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개성공단사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동서울대학과 산학 협력으로 운영하고 있는 로만손시계주얼리연구소를 통해 국산 무브먼트(movement) 개발을 실현, 핵심부품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ㆍ소량생산 명품 위주로 바뀌는 글로벌시장을 감안할 때 지금이야말로 기계식 무브먼트의 자체생산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로만손ㆍ제이에스티나ㆍ이에스돈나 등 브랜드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명실공히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켜나갈 계획이다. 김 사장은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 신제품 개발과 기술력 향상은 물론 해외시장 확대와 사업 영역의 다각화를 꾀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인재 확보가 中企생존의 핵심" 김기문 사장은 회사의 경영 시스템이 그 속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관리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만이 중소기업이 살아갈 수 있는 핵심 방안이라고 믿고 있다. 때문에 김 사장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 과정에서 배우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김 사장은 사람을 직접 만나 부대껴보는 과정에서 사람을 제대로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그의 직원 관리 스타일에서도 역력히 묻어나 중간관리자에게 직원을 관리할 때 다음 두 가지를 염두에 두도록 하고 있다. 그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뽑아라. 최상의 방법으로 교육해라. 중소기업에서 우수한 인적자원의 소수정예화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회사 경영에 임직원들의 제안이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마련하는 것. 이를 위해 월 1회 '로만손 화합의 날'을 통해 임직원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으면서 경영 현안을 주제로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격월로 등반대회를 개최하면서 업무로 쌓인 피로를 함께 풀기도 한다. 또 수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임직원들과 워크숍을 함께 하면서 저녁 식사 때 약 150명의 직원들 한명 한명씩 소주를 주고받고도 멀쩡했던 김 사장의 정신력과 임직원에 대한 사랑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 약력 ▦55년 충북 괴산 출생 ▦88년 ㈜로만손 창립 ▦2000년 중소기업 신지식인 선정(중소기업청장) ▦2001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2004년 제1회 존경받는 기업ㆍ기업인 대상 수상(전국경제인연합회) ▦2006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사단법인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