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뻔한 스토리지만 감동·재미는 새로워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br>무대장치 화려… 주인공 가창력 돋보여


비싼 명품을 즐기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소비하기보다는 타인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된장녀'라 일컫는다. 된장녀는 멍청하고 한심하다는 뉘앙스까지 풍기며 부정적인 의미가 확대, 재생산됐다. 서구에서는 금발 미녀에 대한 인식이 된장녀와 비슷하다. '바비' 인형처럼 예쁘지만 외모에만 신경 쓰느라 머리 속은 텅 빈 여자를 '리걸리 브론드(Legally Blonde)'로 지칭한다. 할리우드 스타 리즈 위더스푼 주연으로 지난 2001년 개봉해 전미 흥행 9,000만 달러(약 1,100억 원)를 거둔 영화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가 뮤지컬로 다시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이 작품은 금발 미녀에 대한 사회 전반의 통속적인 선입견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엘 우즈는 금발에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외모, 재력가의 딸이면서 학교에선 '메이퀸'으로 뽑혀 표지 모델까지 했다. 그러나 남자 친구 워너는 그녀가 지성을 갖추지 못해 자신의 출세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떠난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는 엘은 워너를 되찾기 위해 그가 진학한 학교인 하버드 로스쿨에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다. 로스쿨에선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 인턴 변호사로서 맡게 된 다양한 사건에서 특유의 직관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으면서 법조인 엘 우즈로 새롭게 태어난다.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무대에서 펼쳐지는 비슷한 스토리가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을까 우려도 있지만 제작진은 화려한 무대 장치와 다양한 뮤지컬 넘버들을 통해 무대가 주는 현장감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사랑스럽고 발랄한 엘 우즈의 성격을 잘 살려낸 최성희와 김지우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돋보인다. 남자 주인공 '에밋' 역의 라이언 또한 캐릭터를 녹여냈으며 앙상블들의 연기력도 수준급이었다. 무엇보다 가볍고 통속적인 스토리 전개지만 관객들이 몰입하며 공감할 수 있는 비결은 주인공 엘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극복하는 모습에서 머리가 텅 빈 금발 미녀가 아닌 올곧은 정신과 마음가짐을 가진 당당한 인간으로 인정 받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뭔가를 시작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면, 혹은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 3월 20일까지 코엑스 아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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