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최악 금융위기 막자” 고육책/기아그룹 법정관리

◎주가급등·환율안정등 일단 긍정적/노조반발로 사회문제 비화 가능성정부가 22일 기아문제에 직접 나서 법정관리를 선택한 것은 기아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고육책으로 이해된다. 지난 7월 15일 재계서열 8위의 기아그룹이 부도유예처리된 후 1백일동안 기아사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우리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따라서 기아사태의 조기해결만이 당면한 경제난을 풀어나가는 열쇠라고 각계가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주가가 급등하고 재계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바로 이같은 상황인식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장고 끝에 악수」가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채권단이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해 이미 경제가 나빠질 대로 나빠진데 이어 이제 정부 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기아처리가 사회문제로 번지게 됐으며 민주노총의 대선전략으로 맞물릴 경우 자칫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결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진 데다 국책은행을 통한 지원 형식이어서 앞으로 통상마찰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기아사태가 터졌을 때 이미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방향이나 당시는 부도유예협약이 진행중이었고 시나리오설이 번지는데다 기아가 갑자기 화의를 신청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 결정의 시기를 놓쳐 1백일간의 악몽을 자초한 책임은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다시 개입한 이유는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가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이 기아사태의 장기화에 있다는 각계의 지적에 귀를 기울인 때문으로 평가된다. 또 현재 진행중인 화의절차가 앞으로 3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소요되기 때문에 이대로 갈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화의가 아닌 법정관리를 선택한 이유는 추가 자금지원이 용이하고 기아자동차의 타기업 보증채무에 대한 동결처리가 가능하며, 특히 채권단이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선홍기아그룹회장이 끝내 사퇴를 거부한 것도 법정관리 강행의 요인중 하나가 됐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정부가 뒤늦게 초강수를 둠에 따라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기아자동차 재산보전인을 기아 내부인사로 정하고 아시아자동차의 매각조건에 광주공장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토를 달았으나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미지수다. 기아자동차는 당분간 공기업형태로 정상화의 길을 가겠지만 다음 정권에서는 제3자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경식부총리가 이날 회견 말미에 『기아가 정상화된 후의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공기업 처리에 대한 일반적 정책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기아측은 궁극적으로 기아자동차를 삼성 등 제3자에 인수시키려는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어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결국 정부가 이번 기아사태 처리결정에 부수되는 사회·정치적 마찰을 얼마나 빨리 진화할 수 있느냐가 경제난 극복의 핵심적 관건인 셈이다.<김준수 기자> ◎기아 법정관리… 각계 반응/은행권 “방향 잡았으니 수습 시간문제”/종금 “공개입찰 등 빨리 3자 인수돼야”/리스 “리스채 우선변제 받을권리” 고무 ○…기아사태 해결방안이 법정관리로 가닥이 잡히자 은행권은 크게 환영하면서 3자인수문제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 시중은행의 한 실무담당자는 『그동안 진척되는 일이 없어 괴롭기만 했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일단 방향이 잡혀 묵은 체증이 확 풀리는 것 같다』며 『일이 갑자기 늘어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농담을 덧붙일 정도로 여유를 보이기도. 은행권은 기아사태 장기화가 몰고올 파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일단 방향이 잡혔기 때문에 사태 수습은 시간문제라고 전망. 또 지금까지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기아문제가 수습국면으로 진전됨에 따라 외환, 자금, 증권시장 등 금융시장이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 ○…당초 기아사태 해결에 조건부 화의동의 입장을 표명했던 종금업계는 기아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3개월여 표류한 상황에서 기아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환영하는 분위기. 기아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종금사들은 어떤 형태로든 기아사태의 조기해결만이 종금업계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데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 당장 법정관리에 따른 부담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 한근환 신한종금사장은 『법정관리 자체가 기아사태의 해법일 수는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제3자인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대출금의 출자전환, 전환사채의 발행 등을 거친 뒤 공개입찰로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라고 지적. ○…기아그룹에 대한 법정관리가 확정되자 리스사들은 이제야 큰 짐을 덜게 됐다며 환영. 리스사들은 『기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리스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며 크게 고무된 모습. 선발리스사의 국제금융담당자는 『공익채권 분류가 사실상 확정된 만큼 해외차입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언급. ○…재계는 정부의 22일 기아사태에 대한 대책에 대해 뒤늦긴 했지만 경제회생과 금융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경련·대한상의·무협·기협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기아자동차의 공기업화를 계기로 기아가 경영정상화를 이룩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기아에 대한 법정관리는 제3자인수를 위한 수순이며 노조도 파업을 결의한 상태여서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정경·산업부> ◎기아그룹사태 일지 7.4 기아그룹 채권은행단 대책회의(기아 자금지원방안 논의) 7·15 기아그룹 부도유예협약 대상업체 지정 7·16 기아그룹 경영혁신기획단 발족, 1차 자구계획 발표 7·20 기아자동차 특별할인판매(22일까지) 7·21 기아살리기 범국민운동연합 발족 7·22 주요 채권금융기관장 간담회 개최 (1천6백억원 이내에서 긴급자금 공동지원 원칙적 합의) 7·23 기아 2차 자구계획 발표 7·30 채권금융기관 1차 대표자회의(1차 연기), 기아 3차 자구계획 발표 8. 1 채권금융기관 1차 대표자회의(2차 연기) 8. 4 채권금융기관 1차 대표자회의(김선홍 회장 사직서 제출해야 자금지원키로 결정, 채권유예만료 9월 29일로 확정) 8·14 이회창 신한국당대표 기아 방문, 주요 채권은행장 회의(자구계획점검반 파견결정) 8·20 자구계획점검반 파견 9·20 10개 채권은행장모임(기아자동차 등 채권유예키로 잠정합의) 9·22 기아그룹 전격 화의신청 9·26 주요 채권금융기관 모임(법정관리 바람직 결론) 9·29 채권금융기관 2차 대표자회의 (부도유예협약 적용 만료, 기아측에 10월 6일까지 법정관리신청 권고) 10·6 기아그룹 화의고수 10·22(기아사태 1백일) 24개 채권은행장 모임(법정관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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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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