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산, 정상서 보는 북녘땅 안보관광도 권할만초봄 산 마루 바람이 아직 차다. 해질녘 인적 없는 산은 적막에 싸였다. 문득 새 한 마리 후두둑 날아 허공을 맴돈다.
북쪽으로 드넓은 철원평야가 펼쳐있다. 그 너머로 북녘 땅이 아련하다. 새는 평원으로 향하는가 싶더니 날개를 접고 산 그늘로 숨는다. 경기도 연천군 고대산(高臺山ㆍ832m). 냉전의 그림자 탓인가.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
고대산은 등산로가 개방된 산 중에서 휴전선에서 가장 가깝다. 고향을 북에 둔 산악인들은 이 산을 찾아 고향 땅을 바라보며 시름을 달래곤 한다.
고대산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경원선의 종착역인 신탄리역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의정부에서 신탄리역까지 열차로 1시간 18분, 역에서 산 들머리까지 20분 소요.
홀가분하게 당일 산행을 즐기기엔 그만이다.
경원선 자체도 관광 거리다. 경원선은 경의선과 더불어 남북이 동강난 철길이다. 철도중단점에 서서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의지를 새겨봐도 좋겠다. 철도중단점 부근 녹슨 철길은 짧지만 운치 있는 산책길이다.
산행 뒤 인근 대광리에서 즐기는 온천욕이 일품이고, 민간인 통제선 너머 백마고지 등을 둘러보는 안보관광도 권할 만하다.
고대산은 경기도 최북단 군인 연천군의 신서면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행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신탄리역쪽으로 계곡이 형성돼 있지 않아 산길이 능선을 따라 나 있기 때문에 오르막이 가파르고, 암릉도 만만치 않다. 뒤집어 말하면 산행의 묘미가 넘친다는 의미도 된다.
산행길이 시작은 신탄리역이다. 역사 밖으로 나서자마자 오른쪽 길을 따라 가다 철길을 건넌 뒤 계속 왼쪽 길을 선택해 오르자 매표소가 나온다. 세 개의 등산로 중 2번을 선택했다.
2번 등산로는 갈림길에서 작은 오솔길을 따라 펑퍼짐한 산록을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능선이 기점이다. 산자락 능선은 완만하지만 이내 가파른 비탈의 연속이다. 이어 암릉이 줄지어 있다.
쉬다 걷다 2시간쯤 걸려 790m 봉우리에 올라섰다. 북쪽으로 드넓게 철원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휴전선이 지척임을 일깨우듯 산 정산에는 군 부대와 총을 든 초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동쪽으로 멀리 금학산과 명성산이, 남쪽으로는 지장봉과 종자산이 우람하게 내달린다.
의정부역에서 신탄리역까지 타고 가는 경원선 열차여행도 뜻 깊다. 경원선은 서울과 원산을 이어주는 철길. 현재 의정부역에서 57.6km인 신탄리역이 경원선 철도 중단지점이다.
신탄리에서 옛 철원역을 지나 휴전선을 넘은 평강 사이에는 철길이 끊어진 상태이다.
북한에서도 철길은 원산에서 평강까지만 이어져 있다.
북한에서는 평강서부터 세포∼삼방∼안변∼고산∼통지원∼갈마∼원산까지 이어지는 131.7km인 이 경원선을 '강원선'이라고 이름을 고쳐 부르고 있다.
철도중단점은 신탄리역에서 북쪽으로 5분 거리에 있다. 고대산으로 향하는 길로 가다 건널목에서 철길을 따라 가면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푯말을 만나게 된다. 철원을 지나 평강을 거쳐 원산으로 내달리려는 철마의 뜨거운 욕망이 머문 지점이다.
신탄리역 앞 백마관광(031-834-8951)에서 매일 한 차례 운영하는 '중부전선 안보관광'도 권할 만하다.
안보관광은 매일(화요일 제외) 12시 신탄리역에서 출발하며 백마고지, 노동당사, 철의 삼각 전망대, 월정역, 제2땅굴 등을 4시간동안 둘러본다.
철원읍 관전리의 노동당사와 백마고지에서는 한국전쟁의 참상이 남아있으며, 철의 삼각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을 통해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비롯하여 이북의 평강고원과 선전마을, 김일성고지, 피의 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참가비 1인당 1만3,000원.
<여행메모>
◇교통= 의정부역~신탄리 행 통일호.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매시 20분 출발, 신탄리에서는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정시에 출발) 신탄리까지 소요시간 1시간 18분, 요금 1900원.
◇산행코스= 신탄리역~식당~오른쪽 큰길~제2등산로~790고지~얼굴바위~정상~790고지~ 제1등산로~신탄리 역.
◇온천= 대광리역 부근에 유황온천인 대광유황천(031-834-9950)이 있다. 업소측에서 수시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음식= 금강산가는길목(031-834-8921)에서는 오리탕과 토종닭이, 역전식당(834- 8343)에서는 산채비빔밥과 자연산매운탕이 먹을 만하다.
◇숙박= 고대산가든(031-834-4001)을 비롯, 민박집이 다수 있다.
고대산 정상. 한 마리 새가 지향없이 하늘을 선회하고 있다.
연천= 글ㆍ사진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