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금리를 훨씬 웃도는 확정수익률로 퇴직연금 유치 경쟁을 펼치던 은행과 증권사들이 ‘고금리 부메랑’에 시달리고 있다. 유로존 위기 등으로 자금 운용수단이 마땅치 않아지자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한 원리금 일부를 수수료 수익에서 충당하는 등 ‘무수익 장사’를 하는 곳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1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8월말 현재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액은 37조4,000억원으로, 이중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전체 92%(34조4,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전년 말(29조1,000억원) 대비 28% 증가한 것이다. 이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은행과 증권사들이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으로 변화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퇴직연금 수신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무리하게 높은 확정수익률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과 증권사 등이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제시한 평균 수익률은 평균 5.3%~5.8%(6월 기준)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행정지도를 통해 고금리 영업은 진정됐다지만, 여전히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3%대 중반)과 비교하면 2%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수신기관들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변동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금운용 수단이 사라지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확정 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예금과 금리형 보험 등 금리상품 이외에 주식과 채권, 주가연계상품(ELS) 등에 나서야 하는데 투자위험이 커지면서 투자할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과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유치할 때 받는 0.6~0.8%를 운용수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상당수 수신기관들이 수익률 악화되면서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 중 상당수가 고객에게 지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최근 운용수익으로는 약정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운용수수료를 포기하고 고객에게 되돌려 주는 방법으로 수익률을 맞추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고금리 경쟁은) 금융사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고, 결국 가입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파생상품 등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경우도 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담당자는 “일부 금융사들이 손실이 없다고 얘기는 하지만 조달금리 등 원가를 감안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자금운용을 혼합형펀드에 투자해 온 일부 업체들은 수익률이 상당히 망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금리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행정지도를 꾸준히 펼친 결과 현재는 금리과열 경쟁이 진정됐다”며 “은행과 증권사의 경우 자사고유계정과 섞어 운영하기 때문에 실제 손실액을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종별 적립금액(운용관리계약 기준)은 은행이 18조1,5000억원으로 전체 절반 가량(48.5%)을 차지하고 있고, 생명보험사와 증권사는 각각 9조7,000억원(26.1%)과 6조7,000억원(17.9%)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