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주상복합 펜트하우스에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퇴근길 한강 다리를 건너다 멀리 반짝이는 고층 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샐러리맨들은 한숨을 내 쉰다. 정말 행복할까.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내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행복하겠지하고 막연하게 상상하지 마라." 길버트 교수는 인간의 상상력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설교한다. 막상 로또 복권에 당첨돼 최고급 아파트, 미끈하게 빠진 스포츠카를 소유하게 된다 해도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다. 돈 빌려달라는 친구, 주위의 삐딱한 시선들. 예상치 못한 일들이 행복이라는 단꿈에 꼬리처럼 슬그머니 달려 나온다. 인간이 갖고 있는 '정서적 면역시스템' 탓에 행복의 강도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저자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 결과들을 인용하며 행복을 정의 내리려 하고 있다. 대답은 이렇다. "행복을 발견하게 해 주는 간단한 공식은 없다. 이러면 행복하겠지라고 상상하는 것들도 막상 이뤄지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그러니 막연하게 상상하지 말고 행복을 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조건들의 실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라." 저자는 행복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무책임하다고 나무랄 필요는 없다. 수천년 인간 역사 속에서 행복이라는 보물섬에 도달할 수 있는 지도를 그리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공인된 정답은 없었다. 그러니 저자의 대답은 오히려 솔직한 것일지 모른다. 길버트 교수는 행복을 지상 최대 목표로 삼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점점 행복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