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매매특별법이 오히려 부작용만 키웠다"

한국경제硏 "성매매 음성화로 부작용만 커져… 근절로 이어지지도 못해"<br>"집결지 폐쇄보단 인신매매·청소년 고용 제재가 바람직"

2004년 9월 발효된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은 여성주도적 가치판단에 입각해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으나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주선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성매매 처벌법' 보고서를 통해 "성매매처벌법으로 인해 성매매 거래경로가 다양하게 분화해 관리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특히 인터넷을 통한 성중개와 직거래는 성매매의 거래비용을 대폭 낮춰 수요자는 과거보다 용이하게 익명으로 섹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 알선업자와 수요자 모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가함으로써 성매매 거래경로 종사자들의 공급비용을 높이고 성매매 종사자들의 채권.채무관계 등 불평등한 계약을 전면 무효화함으로써 이들의 퇴출장벽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이는 성매매시장의 기존 거래경로를 붕괴시켰을 뿐 성매매의 근절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성매매처벌법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종사 여성이 다른 직업을 택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그 이유로 "성매매는 특별한 전문성이나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지만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여타 직업을 가지기 위한 비용은 대단히 크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더욱이 "당국은 집행력의 한계로 인해 다양하게 산재한 섹스 서비스 공급업소들을 모두 단속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장 가시적인 거래경로인 집창촌 등 전통형 성매매업소들을 단속하고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이 위원은 지적했다. 이 위원은 "새로운 거래경로를 모색하는 신규 진입자들은 색출과 처벌이 어려운 새로운 업태를 고안해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고 주택가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 성매매 공급자들이 산재하게 될 경우 섹스서비스 수요자들의 섹스서비스 접근성은 과거 집창촌의 경우보다 용이하게 되고 그 탐색비용도 감소하게 된다"고 밝혔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 마련된 강력한 처벌법이 오히려 성매매를 주택가 등으로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은 "집창촌에 대한 성매매의 단속은 공급되는 섹스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게 하고 이는 직접적으로 그 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성병 확산 등 큰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따라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보다는 인신매매, 청소년 고용 등에 대한 선별적인 제재와 처벌이 바람직하며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와 원조교제, 폰팅 등 다양한 신종 거래수단에 의한 성매매의 색출과 제재를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밝혔다. 그는 "성매매와 같이 사회적으로 '나쁜 것'의 소비를 축소하기 위한 최선의 경제학적 대안은 시장을 독점상태나 이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고 유통경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확대해 가격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를 특정지역으로 한정하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매매가 사회적 해악이라는 데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이른바 '공창제'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다만 도덕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조치가 본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 이 보고서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성매매처벌법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음성적으로 번져나감으로써 이제는 통제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큰일이 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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