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가 당분간 상승추세…연내 70弗갈수도

수요늘고 정제능력은 부족, 고공행진 계속<br>"2~3년후 신흥국 수요정체로 하락" 전망도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60달러선을 돌파함에 따라 앞으로의 관심은 유가 상승세가 얼마나 계속될지로 모아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상승이 난방유와 휘발유 등 정제유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유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 유가 60달러 시대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에 ‘오일쇼크’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 주범은 ‘수요증가와 정제능력 부족’=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급등이 지난 70년대 오일쇼크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70년대의 위기가 공급부족에 따른 것이었다면 지금의 고유가는 수요증가와 정유시설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 사실 지금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나 딜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대부분 공급은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량은 쿼터량 기준 하루 2,850만배럴, 초과생산분까지 포함한 비공식적 공급량은 3,000만배럴에 달한다. 게다가 다음주에는 50만배럴 추가증산에 합의할 것으로 보여 하루 쿼터량은 2,90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것은 석유와 관련 산업에 대한 수요증가에 원인이 있다. 휘발유ㆍ난방유와 같은 정제유의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정유시설 부족으로 주문량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고유가의 주범이다. 미국의 정제유 수요가 최근 4주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상승했고 4ㆍ4분기에 수요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은 가격 상승세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됐다. 게다가 미국이 최근 안정적인 경제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이 10여년의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수요증가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분간 60달러대 고착화 가능성 높아=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가 당분간 배럴당 60달러선을 넘나들면서 상승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예년에 비해 높은 여름철 온도로 냉방수요가 증가하고 휴가철이 본격화되면서 가솔린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터레스캐피털매니지먼트 사이토 카즈히코 수석 애널리스트는 “높은 온도가 수요증가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가솔린시장도 원유시장의 상승을 유도, 가격이 62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시설 부족이 구조화된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헨렌 헬튼 스탠더드차타드 상품리서치팀장은 “정제능력(부족) 문제는 고유가를 야기시키기에 충분한 요인”이라며 “시장은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략투자그룹에서 원유를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 로스맨도 “세계는 지금 오일 수요 쇼크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각국이 정유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어 2~3년 후에는 정유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 배경이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국들의 수요가 정체국면에 들어섰다는 점도 하락에 이들이 무게중심을 두는 이유다. 크레디트스위스프라이빗뱅크의 아주나 마헨드란 아시아 전략분석가는 “가솔린 부족이 점차 해소되면서 유가는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위기감 고조=국제유가가 60달러를 넘어서면서 기업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실제 유가 60달러 돌파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항공운송업체인 페덱스는 뉴욕 증시에서 전일보다 8.3%(7.35달러) 떨어진 80.77달러로 장을 마쳤고 커베넌트 역시 나스닥에서 5.6%(72센트)나 떨어진 12.22달러를 기록했다. 유가상승은 유통업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유가로 인해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소비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타 부문에 대한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인 월마트(1.9%)와 할인체인점 타깃(1.6%)의 주가가 떨어진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맨파이낸셜의 헨리 미카스 주식선물전략투자가는 “유가가 60달러 이상으로 지속된다면 시장이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고 앨라론트레이딩 필 플린 애널리스트 역시 “고유가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계경제가 60달러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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