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에 이날 주가와 원화 및 채권 값이 동반 급등하는 ‘트리플 초강세’를 보이며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주가는 사상 최대폭으로 폭등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에다 전세계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가 가시화되면서 중소기업ㆍ가계 부실화, 수출둔화와 내수침체 등 우리 경제의 어려움도 본격화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장막이 걷히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7원이나 폭락한 1,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간 217원80전이나 크게 떨어지며 지난 15일 이후 보름 만에 1,200원대로 주저앉은 것. 이날 하락폭은 1997년 12월26일의 338원 이후 10년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원ㆍ엔 환율은 오후3시 현재 전날보다 100엔당 200원27전 폭락한 1,271.62원을 기록하고 있다.
증시도 대폭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상승폭 115.75포인트, 상승률 11.95%(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의 상승폭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094.89포인트까지 치솟아 1,100선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결국 1,084.72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0.46포인트, 11.47% 올라 역대 최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296.05포인트로 마감했다.
이처럼 원화가치와 주식 가격이 폭등한 것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대형 호재로 달러 부족 사태가 단번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데다 10월 경상수지 10억달러 이상 흑자 전망, 아시아증시 반등 등의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환율시장 안정으로 11월 금리의 추가 인하 전망이 확산되면서 채권금리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30일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3%포인트 내린 연 4.58%로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39%로 0.15%포인트 떨어졌으며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5.50%로 0.03%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국가부도 가능성 등 최악의 우려가 해소되면서 금융시장이 당분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실물경기 침체라는 대형 악재가 대기하고 있어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자체만으로도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외화시장이 완연하게 안정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증시도 외국인들의 자산처분이 줄고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돼야 추세적인 상승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데다 실물경제 둔화로 중소기업과 건설업체 등 곳곳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경계수위를 낮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