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다 비운 무대… 꽉 찬 음악… 더 큰 울림

[리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사진제공=설앤컴퍼니

"나 오직 한 가지 물어봅니다. 이 순간 나에게 주신 이 독잔을 거둬줘요. 다가오는 죽음이 난 너무나 두려워져요… 내가 죽어 얼마나 더 대단한걸 갖게 되나요. 얼마나 더 위대한 걸 이루시나요. 알려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영광. 헛된 죽음 아니란 걸 보여줘요 제발."


잠든 제자들을 뒤로 하고 홀로 겟세마네(Gethsemane) 동산에 오른 지저스(예수·마이클리). 인간적인 고통과 번민으로 울부짖으며 죽음을 거부하지만 이내 하느님의 뜻대로 자신을 희생하고자 결심한다. 텅 빈 무대에 오직 흰 색 핀 조명만이 지저스의 얼굴과 몸짓을 비춘다. 찢어질 듯한 고성(高聲), '겟세마네(I only want to say)'를 부르며 절규하는 지저스의 노랫소리가 번개에 맞은 듯 찌릿하게 온몸을 전율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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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뮤지컬'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지저스…')의 막이 올랐다.'지저스…'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까지 일주일을 그린 록 뮤지컬이다. 1969년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스물한 살의 앳된 나이에 자신보다 세 살 많은 작사가 팀 라이스와 함께 젊은 시절 열정을 녹여 만든 문제작이다. 스승을 배반한 유다의 시선에서 바라본 지저스의 모습 등 파격적인 재해석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1971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논란과 호응을 동시에 이끌어내며 전 세계 42개국 1억 5,000만 명의 관객을 열광시켰다.

6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르는'지저스…'는'음악'에 보다 방점을 찍었다. 시각적인 화려함보다 초연 당시 날 것 그대로의 음악으로 록 뮤지컬의 진수를 전하는데 충실했다. 황량한 사막을 연상케 하는 무대 배경은 단순했지만 입체감이 있었다. 다 비운 무대는 매력적인 기타 소리와 고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들의 가창력, 혼신의 내면 연기가 채웠다. 지저스의 처형으로 고통을 느끼는 유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앞서 예수를 향해'왜 모든 걸 던지고 (죽음의 길로)가려고 하냐'며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에서 배우 한지상의 연기가 정점을 찍었다. 지저스의 옷을 입은 마이클 리는 마치 예수 그 자체라는 느낌이 얼핏 들 정도로 경외감을 자아내는 소리와 몸짓을 선보인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좌중을 압도했고, 절로 환호와 박수를 자아내게 했다. 주연 배우 못지 않게'Hosanna'(호산나,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들이 외쳤던 말로'우리가 당신께 구하오니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뜻)를 열창하며 앙상블(보조출연자)들이 만들어내는 군무도 지저스의 연기와 조화를 이루며 무대에 풍성함을 더한다.

빠른 전개, 다 비운 무대에 꽉 찬 음악으로 두 시간여를 내달리는 뮤지컬 '지저스…'는 종교를 떠나 모든 이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하는 소름 돋는 마력이 살아 숨쉰다. 6월 9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지저스 역에는 마이클 리와 박은태, 유다 역에는 윤도현·김신의·한지상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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