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가 정신 되살리자

서울경제신문이 8월1일로 창간 44주년을 맞았다. 한국의 경제가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던 1960년 ‘국민경제의 지표’가 되고 ‘옹호자와 선도자’가 될 것을 선언함과 동시에, 경제언론의 창달을 통해 경제사상(事象)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국민적 예지를 응결해 필요한 대정부 건의를 가능케 할 것이라는 다짐 속에서 한국 최초의 경제언론으로 서울경제신문은 태어났다. 44년 전에도 경제는 위기 창간일 아침에 서울경제신문은 그 같은 창간정신과 함께 창간 당시 한국경제의 암울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창간호 1면 머릿기사 제목은 ‘9월 경제위기, 갈수록 심각화’로 돼 있다.그로부터 4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경제위기를 말하고 있다. ‘9월 경제’를 ‘하반기 경제’ ‘내년 경제’로 대체 해도 별로 틀리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제위기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그 때와 비교가 안 된다. 그 때의 한국은 미국원조로 먹고 사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 100달러도 안 되는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 후 40여년동안 한국은 경제기적을 이룩해 지금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1인당 GNP가 1만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위기론에 담겨져 있는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 만큼은 같다. 자본주의 경제는 개인이건 국가이건 간에 부가 증식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도다. 부를 늘리는 길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 뿐이다. 그 점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후에 관한 논의는 소모적이다. 언제나 성장을 위한 논의가 먼저고 분배는 그 후의 일이다. 나눌 것이 커지면 나눔의 여유도 커지고 나눔의 지혜도 발달하게 마련이다. 파이를 키우기도 전에 나눠가질 것부터 논의하면 커지는 것은 파이가 아니라 갈등 뿐이다. 그런 사회가 바로 침체 사회다. 침체사회는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윈-윈의 사회가 아니라 한 계층의 득(得)은 다른 계층의 실(失)을 수반한다고 보는 제로섬의 사회다. 이 제로섬 사회에선 계층간 대립과 갈등이 첨예해 진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바로 그런 침체사회의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자초한 혼란 국가적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우리에겐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기만도 시간이 모자랄 형편이다. 그럼에도 정치집단은 과거에 매달려 있고 국론을 수렴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은 지지세력과 반대세력 사이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일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들어서 한국의 정치적 품위는 과거보다 더 떨어졌다. 정치의 품위 하락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 때 절정에 이르렀다. 탄핵의 결과로 태어난 17대 국회는 환골탈태를 기대했던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채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원내 과반수를 넘는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과거 야당 때의 투쟁정치를 벗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품위 하락은 경제의 품위만 유지되면 감당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경제의 품위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내수부진과 투자부진ㆍ신용불량자ㆍ자본의 해외유출 등이 서로 교호작용을 하면서 경제를 옥죄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의 위기는 이처럼 선후와 원칙의 혼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혼돈의 상당부분은 정부ㆍ여당이 자초한 것으로 결국 경제부총리가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을 피력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흔히 위기가 예고된 곳에 위기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예고된 위기의 현실화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세력의 음모로 간주하려는 대통령의 인식에서 그런 위험을 본다. 우리 사회를 얽매고 있는 침체와 혼돈의 해결책은 기업가 정신의 회복 뿐이다. 기업인 마저 모든 책임을 정치 등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손을 놓고 있다간 위기는 정말로 올 수 있다. 국운개척 기업가에 달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개혁지향ㆍ미래지향적 집단은 기업인이다. 정치인이 과거에 매달리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낙후된 집단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개혁하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국가발전에서 기업의 역할은 정부의 역할 보다 크고, 여러 분야에서 정부보다 앞서가고 있다. 지금의 정치ㆍ경제 여건이 나쁘다고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나아진 부분도 많다. 44년 전 황무지에서 지금의 옥토를 개척한 기업가 정신의 재점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