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링 양말이 피로 물들었던 이유는?

기적같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대역전극으로 막을 내린 보스턴-뉴욕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의 최고의 영웅은 누구일까. 아마 대부분의 팬들은 6차전 선발로 등판, 양말에 피가 배어나올 정도의 역투를 펼치며 7이닝, 1실점으로 보스턴에 4-2 승리를 안긴 커트 실링(38)을 꼽기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팬들은 20일 중계 방송을 지켜보며 피가 배어나온 실링의 발목이 화면에 비치자 의아함을 나타냈다. 실링의 발목 부상은 올 시즌 후반 경기 중 발목을 삔 데서 온 것이지 살갗이 찢어진 것이 아니어서 피가 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이 21일(한국시간) 마지막 7차전을 앞두고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엡스타인 단장에 따르면 보스턴은 4차전에서 연장 12회, 5차전에서 연장 14회까지 가는 대혈투가 벌어져 투수들이 바닥나자 부상 때문에 1차전에서 3이닝 6실점의 최악의 피칭을 한 실링에게 팀의 운명을 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링은 완전치 않은 오른쪽 발목 때문에 정상적인 투구 동작을 할 수 없는 상황. 보스턴은 실링에게 특수 신발을 신기는 등의 갖가지 방법을 고안했으나 효과가 신통치 않자 의사들을 동원, 유례가 없는 묘책을 짜내도록 했다. 바로 부상한 발목의 힘줄이 투구 중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발목의 피부를 안쪽의 조직과 꿰메어 단단히 고정시킨다는 것. 의사들은 한 번도 실행해 본 적이 없는 이 방법을 적용하기에 앞서 우선 시신실험을 거친 후 6차전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19일 실링의 발목을 3바늘 꿰매는 시술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보스턴 코칭스태프는 시술 90분 후 보스턴 홈구장인 펜웨이파크 불펜에서 시험 피칭에 들어간 실링의 투구폼이 부상 전과 거의 비슷해진 것을 확인했다. 다음날 실링은 꿰맨 자리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역동적인 모션으로 역투를 펼치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고, 경기가 끝난 후에야 실링의 발목을 누르고 있던 실밥은 감염을 막기 위해 제거됐다. 엡스타인 단장은 2∼3번 이같은 시술을 반복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 대망의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또다시 발목을 꿰맨 채 해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풀기위해 역투하는 실링의 모습을 한 두 차례 더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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