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종종 자전거를 타기 위해 한강 자전거도로를 찾는 김영진(34ㆍ가명)씨는 자전거 라이더들의 '술판'에 눈살을 찌푸리곤 한다.
파라솔이 펼쳐진 편의점 앞에는 자전거용 헬멧을 쓴 사람들이 날렵한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캔 맥주를 따는 풍경이 펼쳐진다.
서울 외곽으로 빠지는 한적한 곳에서는 자전거 여행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동동주집에서 한층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상인들은 아예 트럭에 음식과 술을 싣고 와 플라스틱 의자를 깔아놓고 자전거도로 바로 옆에서 장사를 한다.
김씨는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시속 30㎞까지 속도를 내기도 한다"며 "가뜩이나 자전거 타는 사람이 늘어 도로가 복잡한데 음주운전 때문에 사고라도 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자전거 이용자 숫자와 함께 자전거 교통사고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가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인 교통사고는 2000년 6,352건에서 지난해 1만2,908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29만481건이던 교통사고가 22만3,656건으로 줄은 것과 대조적이다.
늘어나는 자전거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자전거 음주단속'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자동차로 제한돼 있어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할 길이 없다는 맹점을 보완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음주운전 규제와 달리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또 대로변과 이면도로ㆍ자전거도로를 넘나드는 자전거 운전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 단속을 벌여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결국은 자전거 운전자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규일 전국자전거연합회 사무처장은 "무엇보다 자전거 운전자들이 자전거도 차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맥주 한 잔만으로도 운전자의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