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원칙 잃은 시스템 공천


총선 시즌이 될 때마다 정치권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시스템 공천'이다. 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강조한 것도 이 말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부터 정홍원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까지 한 목소리로 시스템 공천을 반복해서 되뇌었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반발할 때도, 낙천 의원들이 탈당 의사를 밝힐 때도 박 위원장이나 공천위는 언제나 '공정한 룰'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하위 25%에 속하는 현역의원을 솎아내기 위한 여론조사를 하면서 공천위가 스스로 시스템 공천에 균열을 내버렸다. 불출마 의원을 제외하고 현역의원 13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어야 할 여론조사는 93명만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공천위 재량으로 일부 의원들에게 여론조사에서 빠질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제외 대상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거부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결국 불공정하고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25% 컷오프 룰을 만들었지만 그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런 모순은 결국 보수 분열을 자초하는 단초를 만들었다. 낙천 의원 중 지금까지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의원은 나경원ㆍ김무성 의원뿐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무소속 출마나 제3당행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생각 비례대표 1번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전여옥 의원은 이미 국민생각 대변인까지 맡았다. 여기에 공천에 대한 국민의 실망까지 더한다면 원칙을 지키지 않은 새누리당이 입게 될 손실은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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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지난 1월 "시스템 공천이 정치 쇄신의 분기점입니다"라며 투명한 공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12일 한 비대위원은 당내의 공천 논란에 대한 회의를 한 후 "(25% 룰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압도적 분위기다"면서도 "다만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배제한 의원들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했음을 자복한 것이다.

시스템 공천인가 자의적 공천인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결국 국민이 4ㆍ11 총선에서 이에 대해 평가를 내려줄 것으로 보인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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