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 군 당국이 백령도와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북한제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 지 사흘 만인 지난 5일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어 강원도 삼척에서 동일 기종의 무인기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이튿날인 7일 또 한 번 이번 사건을 거론했다.
하지만 무인기 사건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짧게 언급하고 자신들의 소행인지, 아닌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국방과학원 대변인 성명에서 “저들의 범죄적인 미사일 개발책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못하고 그 무슨 무인기 소동을 벌이면서 주의를 딴 데로 돌아가게 해보려고 가소롭게 책동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그러한 상투적인 모략소동이 오늘과 같은 밝은 세상에서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5일에는 북한 전략군 대변인이 남측에서 “난데없는 무인기 사건”이 발생했고,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청와대와 경복궁 일대를 포함한 서울 도심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얻어맞고 있는 백령도 상공까지 누비고 유유히 비행했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모략소동’이나 ‘정체불명의 무인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련성을 간접적으로 부인한 것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이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나 지난해 국내 방송사·은행 등에 대한 해킹 사건 때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강력하게 부인하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던 것과는 비교된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추락 무인기 부품에서 북한말로 날짜를 의미하는 ‘날자’라는 단어가 발견되는 등 군 당국의 발표를 반박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단 상황을 주시하다 적극 부인에 나서며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는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체불명’, ‘모략소동’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볼 때 일단 북한과의 관련성은 간접적으로 부인했다고 봐야 한다”라며 “일단 책임을 회피한 뒤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추후에도 북한이 무인기를 보냈다고 인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장 선임연구원은 “공격기든 정찰기든 우리 영공에 들어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시인할 경우 영공침범에 대한 사과나 재발방지 요구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