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다단계 판매도 예외일 수 없다.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회원을 유혹한 뒤 가입비를 가로채는 불법 피라미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회원들에게 짭잘한 수입을 돌려주는 곳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제 옥석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피해 사례 네티즌이라면 한번쯤 구경해봤을 「8억메일」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고작 6,000원을 투자해 8억원을 벌게 된다. 여기서 제시하는 근거는 얼핏 보기에는 그럴 듯하다.
우선 6명의 명단이 적힌 메일을 받게 된다. 이 메일을 받으면 일단 그들 6명에게 1,000원씩 총 6,000원을 낸다. 그런 뒤 6명의 명단 가운데 첫번째 이름을 지우고 맨 밑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다시 6명의 명단을 만든다. 그리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그 사람들으로부터 1,000원씩 돈이 들어온다. 또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메일을 전달할 경우에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존속하는 한 계속해서 돈이 들어온다. 이렇게 계속 6단계까지 가지를 치면 최대 수억원을 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에는 결정적인 흠이 있다. 어느 구석을 봐도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데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돈을 가로챌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불하는 돈이 6,000원으로 비교적 적기 때문에 크게 밑질 것 없다는 생각에서 이 황당한 아이디어에 참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같은 메일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유해성이 입증되고 피해 사례가 늘자 사법 당국과 통신 회사들이 제재에 나섰다.
올초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다단계 방식으로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회원을 모집한 영국계 E사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회사는 「판매원들로부터 가입비 교육비 등 어떠한 형태의 비용도 거둘 수 없다」는 방문판매법 제45조를 위반하면서까지 회원들로부터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비 명목으로 수십만원에서 100여만원까지 받았다. 그러나 홈페이지 구축이 늦어지자 탈퇴하는 회원이 늘었다. 특히 탈퇴한 이들 회원은 즉각 회사측에 가입비 반환을 요구했으나 E사가 이를 외면하는 바람에 피해가 발생했다.
산업자원부 유통산업과 관계자는 『다단계 판매회사가 어떤 형태로건 판매원들로부터 돈을 받을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행위는 현행 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확천금의 풍조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네티즌이 이를 구별할 지혜마저 갖고 있지 않다면 그 빈틈을 노리는 사기행각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라미드 사기 대응법
한탕주의 자세를 버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노력보다 훨씬 큰 대가를 주겠다고 유혹하는 곳은 일단 의심하는 게 좋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다단계 판매 피해 사례의 대부분은 판매원 스스로 사기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며 『사기인 줄 알면서도 「혹시」하는 마음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인터넷 다단계 판매에 참여할 의사가 있더라도 사전에 여러 경로로 해당 회사의 경영상태를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그 회사가 제시한 수입구조가 올바르고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다단계 판매업체의 관계자도 『다단계 판매를 통해 판매원이 돈을 벌려면 유통과정이나 그 이전의 생산과정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돼야 할 것』이라며 『정말로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익한 곳도 있다
「휴대폰으로 광고를 들으면 15초 한 통화당 100원을 준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추천받은 그 사람 역시 광고를 들을 경우 5원을 더 적립해준다. 이같은 네트워크는 4단계까지 확장될 수 있다.」
최근 벤처기업 ㈜골드텔이 제시한 사업 아이디어다.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람을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다단계 마케팅 기법을 응용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불법 프라미드와 뚜렷이 구별된다. 우선 회원이 가입비처럼 별도의 돈을 내지 않는다. 사기 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 자신의 노력보다 훨씬 큰 대가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한 달 3만원 정도의 벌이가 되고 그 돈이면 일반인의 경우 휴대폰을 거의 공짜로 쓸 수 있게 된다는 게 이 회사가 제시하는 메리트의 전부다. 수입 출처도 명확하다. 이 회사는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는다. 그리고 그 일부를 광고를 듣는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결국 이 회사나 광고주, 회원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피라미드식 다단계 판매를 악용하는 「사이버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컴퓨터그래픽=문현숙·프리랜서
인터넷 라이프 1면 - 인터뷰 - 권순환 골드텔 사장
『서비스 개시 한달 보름만에 30만명의 회원이 모였습니다. 골드텔의 서비스가 그만큼 타당하고 유익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휴대폰 광고와 다단계 마케팅 기법을 절묘하게 결합해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벤처기업 ㈜골드텔의 권순환 사장(27)은 『골드텔의 서비스는 불법 피라미드 방식과 차원이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사장은 골드텔의 성공 이유에 대해 『광고주와 골드텔, 그리고 회원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윈-윈(WIN-WIN) 시스템을 고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장이 설명한 이 회사의 수입 구조를 보면 이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우선 회원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기꺼이」 광고를 듣는 대신 15초에 100원을 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이 서비스를 소개하고 그 사람도 광고를 들으면 추가로 5원을 더 받게 된다. 이 과정은 4단계까지 확장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추천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기로부터 출발해 4단계 밑에 있는 사람이 통화를 할 경우 정해진 룰에 따라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회원이 지불하는 돈은 없다. 손해볼 일은 절대 없는 셈이다.
광고주도 이익이다. 골드텔이 확보한 회원 DB를 보고 자사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보이는 고객에게만 휴대폰으로 타깃 홍보를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람이 가진 인터넷 등 다른 통신수단으로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회원은 「기꺼이」 광고를 받을 준비가 돼 있으며 광고 메일이나 전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회원에게 손해가 날 일이 없고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이같은 점을 들어 『골드텔 서비스는 유통 마진을 판매원이 나눠갖는 다단계 판매와 상당히 다르다』며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경우 그의 노력에 대해 보상해주는 제도라고 이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