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30일] 강부자 정권으로 끝날 건가

“또 모른 척 혀. 누가 모를까 봐.” 출근길 택시 안에서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완화한 정부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자 택시기사가 불쑥 내뱉은 말이다. 조금은 생뚱맞은 듯싶어 무슨 얘기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이 놀라웠다. “쇠고기 사태로 촛불집회 퍼질 때 대통령은 중국에 가서 슬쩍 빠지더만 종부세 완화도 러시아 간 사이 어물쩍 넘기려고 하잖수.” 민초들의 정국분석은 이처럼 기자 뺨칠 만큼 날카롭고 예리하다. 민심을 무시하고 정부가 아무리 자기 논리를 내세워봐야 소용없다. 여론은 종부세가 징벌적이냐, 조세정의의 도구냐 하는 공방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은 “먹고살기 힘든 판에 바깥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뭐 하는 거냐”며 오히려 정부보다 대승적 차원의 고민을 한다. 사회 지도층의 염치없음을 질타할 때는 ‘내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면 쥐구멍이라도 찾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신랄하다. “대통령하고 경제장관이 제일 많이 재미를 본다네. 강부자 정권은 어쩔 수 없어.” 강 장관이 신문이나 TV에서 종부세 완화를 역설할 수록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어가는 형국이다. 지난번 중국에서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호미로 막을 쇠고기를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 이번 종부세를 둘러싼 민심을 얕잡아보다가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그랬듯 낭패를 볼 수 있다. 대통령은 금융위기 속 경기침체가 내년 하반기부터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보다 세계경제가 어려우면 경기회복은 늦어질 수 있고 예상이 적중하더라도 부동산 값 폭등이 먼저 닥칠 수도 있다. 양쪽 모두 개연성이 적지 않은데 이대로 가면 한 시장상인의 말처럼 “선거 없다고 까불다가 ‘독박’ 쓸 날”만 남게 되는 것이다. 나라를 비워도, 촛불이 없어도 대통령은 민심을 바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걸 돕는 게 참모들의 일이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연이은 사정바람과 굵직한 정책발표로 정국 주도권을 회복 중인데 종부세 문제에서 후퇴하면 안 된다”라는 일그러진 말들만 대통령이 듣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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