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休眠법인' 탈세수단 악용 못한다

서울시 "과세 때 폐업기간은 제외" 법개정 건의 방침<br>설립 5년지난 법인매입 稅중과 회피 차단<br>내년께 시행…부동산시장 지각변동 예상

“자, 5년 묵은 ‘빈껍데기’ 법인 팝니다. 최소 1,000만원대에서 수억원대까지 마음대로 고르십시오.” 지난 수년간 서울 지역 부동산시장에서는 등록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이처럼 빈껍데기밖에 없는 ‘휴면(休眠)법인’ 거래가 성행해왔다. 현행 지방세법 138조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설립한 지 5년이 안된 법인이 서울에 있는 부동산을 살 경우 등록세를 무려 3배나 중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시가 막대한 지방세 누수를 막기 위해 조만간 지방세법 개정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 부동산 거래의 상당수가 이 같은 휴면법인 탈루수법을 쓰고 있어 법 개정이 성사될 경우 부동산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28일 “휴면법인을 이용한 지방세 탈루수법을 차단하기 위해 지방세법 138조에 ‘부동산 매입 시점에서 해당 법인의 설립일이 5년이 넘었다 하더라도 폐업기간이 있을 경우 이 기간을 뺀 기간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단서조항을 넣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 2000년 설립신고를 마치고 2003년 폐업신고를 한 법인을 사서 서울 지역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지금까지는 법인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5년 이상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단서조항이 내년부터 적용되면 2003년부터 시작된 폐업기간이 제외돼 5년 이상을 인정받지 못하고 3배의 등록세 ‘폭탄’을 맞게 된다. 시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설립기간이 5년이 안된 법인과 개인은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휴면법인’을 찾아 우회적으로 등록세 중과 규정을 비켜갔다. 시 세무조사 관련 한 실무자는 “법인 본점이 지방에 있는 건설사 등이 특히 서울에서 부동산을 살 때 휴면법인을 사서 중과 규정을 피하고 나중에 이 법인과 합병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며 법 개정 배경을 밝혔다. 실제 중구청 세무1과의 한 실무자는 “법인은 물론 개인도 도심에 3~4층짜리 소형 건물을 매입할 때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5년 이상 된 휴면법인을 사서 등록세 중과를 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사안의 심각성을 확인시켰다. 이에 대해 T법무법인의 김모 변호사는 “현재 5년 이상 된 휴면법인은 부동산시장에서 1,000만원대에 불과한 반면 종합건설업 면허를 보유한 휴면법인은 이용가치가 커 수억원대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예컨대 설립한 지 5년이 안된 서울과 지방의 시행사들이 서울에 공장부지 등을 매입할 때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휴면법인을 사서 중과 규정을 피하고 시공사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김 변호사는 “휴면법인 거래가 성행하다 보니 우발채무를 안고 있는 휴면법인을 잘못 사 오히려 더 큰 재산상 손해를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의 법 개정 의지에 대해 행자부 지방세정팀의 한 관계자는 “단서조항을 통해 좀 더 촘촘하게 지방세법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해 법 개정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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