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콩 '우산혁명'] 커지는 빈부격차… 본토인에 거부감… '정치 갈등' 곪아 터져

中·홍콩정부 '반환'후 17년간 중국식 민주주의 이식만 관심<br>정치·경제 불평등 해결 손놔<br>"시위대 동력 약화 기다리자" 당국 시간끌기 전략 취하는 듯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는 예고된 정치적 갈등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반환된 후 17년 동안 중국 정부와 홍콩의 지도부는 중국식 민주주의의 이식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경제·정치적 불평등이라는 홍콩의 내재된 문제는 외면해왔다는 지적이다. 홍콩인들, 청년층은 이러한 홍콩의 문제에 대해 큰 불만을 가졌고 이것이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결전의 날'인 국경절을 지난 2일 오후 시위 현장은 한숨을 고르는 듯 평온했다. 전일 같은 시간대보다는 줄어든 학생과 시민들이 시위 현장에 모여 집회에 참석한 교수들의 강연을 듣는가 하면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지만 학생 지도부가 요구한 렁춘잉 행정장관 자진 사퇴 시간이 지난 후 발생할 상황에 대해 시위대와 경찰 측 모두 긴장감이 고조됐다. 시위대가 다음 점령지로 렁 장관의 관저를 택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며 홍콩 섬 가든로드에 위치한 관저 경비 인력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오후까지 렁 장관의 관저에는 내외신 기자들만 있을 뿐 시위대는 보이지 않았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예고된 정치적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2008년 4월 원자바오 당시 총리는 중점업무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콩의 사회·경제·정치·문화적 모순은 홍콩 내에 다양한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홍콩 특구의 지도부들이 이러한 모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창, 둥젠화, 렁춘잉으로 이어지는 홍콩의 지도부들은 이러한 모순들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중국식 민주주의의 접목에만 힘을 쏟으며 홍콩의 사회적 모순을 키워갔다. 리킴밍 홍콩시립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커지는 빈부격차, 부자에 대한 반감, 심각한 노인 빈곤, 주택가격 상승, 본토인에 대한 거부감 등의 곪은 상처가 정치갈등으로 터져나왔다"고 이번 시위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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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변수에 무덤덤했던 홍콩에서의 민주화 시위는 중도파를 철저하게 소외시키고 있다. 8월 중국의 결정에 동의하는 10만명의 시위에 이어 이번 민주화 시위에도 중도파들은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일부 중도파 학자들이 홍콩 정부와 국민들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시위대의 목소리에 묻혀 버렸다. 자신을 중도파라고 소개하는 리 교수는 "정부와 시민들의 신뢰가 우선 회복돼야 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다"며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도파들은 현실을 도피하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산층들이 홍콩의 정치 상황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보수파와 정치적 무관심으로 돌아선 중도파들을 의식한 듯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는 시간 싸움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 정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과 홍콩 지도부가 시간 끌기와 여론전을 통해 시위대의 동력의 스스로 약화되길 기다리는 새 전략을 취했다"며 "중앙정부가 이미 렁 장관에게 무력동원 없이 사태를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정부 쪽은 시위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교통 불편 등을 부각해 여론이 시위에 등 돌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홍콩 민주화 시위의 본토 상륙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동시에 경제적 압박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7일까지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홍콩에 단체관광을 통제했다. 중국인들을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최대한 차단하는 한편 홍콩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 수입에 압박을 가하려는 조처다. 홍콩 방문객의 75%는 중국인이며 이 가운데 단체관광객은 33%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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