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일본, 세계 금융패권 노린다

월街 재앙 틈타 美 IB 헐값에 대거 사들여<br>"한국경제에 위협요인 가능성 예의주시 해야"


일본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미국 투자은행(IB)을 사들이는 것은 뉴욕 월가가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 글로벌 금융패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심장부에서 고도의 금융정보와 노하우ㆍ인력ㆍ고객을 수혈 받아 금융강국으로 부상하려 하며 그렇게 될 경우 일본 경제는 막강한 제조업에 강한 금융산업을 보태 세계경제의 리더로 군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동북아시아 금융허브 정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웃 경쟁국의 이런 움직임이 한국경제에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니혼게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홀딩스가 파산을 신청한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법인을 인수한 데 이어 유럽과 중동 지역 사업부문 인수에도 성공했다. 일본 최대 상업은행인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은 모건스탠리 지분 20%를 사들이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에 다시 (제국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며 “일본 금융회사들이 이번 인수작업을 통해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에 버금가는 글로벌화의 토대를 마련하고 고도의 선진금융 노하우를 배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전격적으로 미국 IB 인수에 뛰어든 것은 ▦미국ㆍ유럽보다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했고 ▦저리의 자금을 구할 수 있으며 ▦엔화 강세의 기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3박자가 맞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 1990년대 후반 거품붕괴의 후유증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함께 현금자산 위주로 경영체질을 개선해 월가의 위기라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할 능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IB의 한국 대표를 지낸 한 금융전문가는 “우리나라가 해외 IB의 정보 네트워크와 인력 등 우량자산을 헐값에 인수할 기회를 경쟁국에 빼앗긴 셈”이라며 “글로벌 IB의 가치는 자산가치보다 훨씬 중요한 정보ㆍ네트워크ㆍ인력 등 무형의 자산가치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월가의 대재앙 이후에도 IB 업무는 없어지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일본이 앞으로 펼쳐질 신금융질서하에서 IB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욕 월가에서 오래 근무한 한 뱅커는 “미국이 금융산업으로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부실은행을 매각할 때는 반드시 우방국에 넘길 것”이라며 “중국도 미국 IB를 인수하려고 뛰어들고 있지만 잠재적 적대국이라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힘의 견제를 받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본 금융회사들의 미국 IB 인수는 타이밍도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사상 최대인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준비하는 가운데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하는 상황에서 미국 금융회사의 가치가 바닥을 치는 순간 덤벼들었다는 것. 엔화 자본은 일본경제의 거품이 절정이던 1980년대에도 적극적으로 미국 은행들을 인수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FT는 “일본 금융회사들이 아직 부실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일본의 해외 금융회사 인수가 거품붕괴 당시의 인수 열기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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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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