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세종시와 명품도시 조건


우리가 비즈니스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벤치마킹이란 말은 원래 토목공사에서 사용되던 용어였다. 강물의 고저를 측정하기 위해 설치된 기준점이 벤치마크이고 이것을 세우거나 활용하는 일을 벤치마킹이라고 했다. 이후 기업들이 우수한 상대를 목표로 삼고 자신의 기업과 차이점을 비교ㆍ분석해 상대의 우월한 부문을 배우고 적용하는 자기혁신 경영기법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미국의 사무기기 전문업체인 제록스가 1980년대 중반 일본의 캐논을 벤치마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때는 최후의 경영기법으로도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벤치마킹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벤치마킹 대상에 대한 정보수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차이와 본질은 외면한 채 형식만 모방해 실패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도시계획, 주민 삶의 질 성찰 필요

5~6년 전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에 두바이 열풍, 아니 광풍이 분 적이 있었다. 누가 도시개발의 미래를 보려거든 눈을 들어 두바이를 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중동 아랍에미리트의 일곱개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소국이 '사막의 기적' '세계로 향하는 중동의 허브'를 만들고 있다며 칭송이 끊이질 않았고 벤치마킹을 하러 두바이로 향하는 세계 각국의 행렬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정부 관료는 물론이고 대기업 CEO,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학자들, 심지어는 부동산 투기꾼까지도 앞다퉈 두바이를 찾았다.


당시 두바이는 실로 기존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도시개발의 성공사례로 여겨지기에 충분했다. 바다 한가운데 조성한 거대한 인공섬과 초고층 호텔,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할리파 등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 도시의 모든 곳이 개발과 건설의 열기로 뜨거웠으며 활기가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한때 전세계의 타워크레인 중 절반 이상이 두바이에 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자 이 모든 개발열기는 급격하게 사그라졌으며 건설현장에서는 기계소리가 멈췄다. 두바이의 건설경기가 최근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지만 이젠 그 누구도 더 이상 두바이를 우리가 벤치마킹할 롤모델로 거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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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심시티(SimCity)라는 도시개발 시뮬레이션 게임이자 도시 경영게임이 있다. 1989년에 등장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업데이트되며 전세계 게이머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게임은 단순히 도시에 건물들을 채우는 것을 넘어 도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시에 필요한 건물이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토목건설뿐만 아니라 환경ㆍ복지ㆍ교통 등 시민들의 삶의 질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시민도 인구통계조사 적극 참여해야

안정적인 예산을 유지하면서 허허벌판에 마우스로 클릭을 해 길을 놓고 수도ㆍ전기 등 기반시설을 짓는다. 이후 상업ㆍ공업ㆍ주거시설들을 만들어 도시의 모양새를 갖추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 범죄도 발생하고 교통대란, 각종 사고, 빈부격차 등이 발생하게 된다.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시위에 나서고 게이머는 이런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게 만드는 세밀함과 역동성이 이 게임의 매력이다. 이 게임은 도시 인구가 늘수록 게임이 어려워지는 구조로 돼 있고 그 끝이 없다.

대한민국의 세종특별자치시는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에서 미래 명품계획도시를 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비즈니스와 교육, 주민들의 높은 삶의 질을 구현해야 하는 종합적인 도시개발이 한창 추진 중이다. 심시티에서 인구 통계가 도시개발과 운영의 핵심 요소인 것처럼 이제 막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도 정확한 인구 및 주택 통계를 기반으로 세부계획을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이에 통계청은 11월1일부터 보름간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인구주택특별조사(특별센서스)를 실시한다.

이번 세종시 특별센서스에서 지난 2010년 전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거둔 인구주택총조사의 영광이 다시 한번 재현될 수 있도록 세종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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