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북핵 협상으로 풀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그것을 꼭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부시행정부는 `선제적 공격` 철학을 적용, 타이완에까지 즉각적으로 미군을 배치시킬 수 있다. 그러나 타이완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전쟁은 극단적인 악수다. 미국이 패배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설사 승리한다 해도 그 비용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하지 않는 미덕의 대표적인 경우는 바로 `평화유지를 위한 억제`를 들 수 잇다. 북한의 예를 들어보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버금가는 이 끔찍한 정권이 사라진다면 인류에게 긍정적인 진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행동에 따르는 비용 역시(설사 승리한다고 할지라도)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우선 북한뿐 아니라 남한, 그리고 미군의 엄청난 희생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갖은 애를 쓰고 있는 중국의 피해도 엄청날 것이다. 미국의 부시 정권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들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 문제는 다자간 협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북한에서의 전쟁 발발을 바라고 있지는 않다. 블레어 정권은 이미 이라크전과 관련, 영국의 주요 언론들로부터 `이라크의 핵 보유 가능성에 대해 부풀린`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영국의 외무 관계자들은 북한 위기에 따른 일본의 무력 증강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양이 소형 핵무사일을 제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일본의 무장은 불가피하며 이는 아시아 지역 전체를 위협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미군의 대북 공격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북핵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중국에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협상은 재개돼야 하며 확대 발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물론 모든 당사국들이 한발씩 물러서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모든 당사국에는 미국도 포함된다. 영국 정부에게 있어 최후의 수단은 `군사 행동`이 아닌 `경제적 봉쇄와 제재`다. 영국은 또 중국의 (평화적 해결)정책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무력 공격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경제 상황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전략적 우방국인 남한역시 황폐화되고 경제는 원천적으로 뒷걸음질치게 될 것이다. 또 지금까지는 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과 전략적으로 경제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역시 미국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심지어 막대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달러를 다른 통화로 바꿔버릴 가능성도 있다. 더 많은 달러를 지니고 있는 일본역시 같은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 넣을 것이라는게 캘리포니아 주립대 정치학자 리처드 로저크랑의 지적이다. 북핵 위기는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더욱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부시 행정부는 영국 정부와 같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고 난 다음에야 미국은 무력 사용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때로는 힘을 억제하는 것이 더욱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 교수ㆍ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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